미 국 다섯 자녀 살해한 30대 여성 큰 논란

환각·환청등 정신분열…심하면 자살·살인까지

미국 출산 여성 10% 경험, 사회적 인식 미미

영국선 1922년 ‘유아살해법’ 제정 정신장애 인정

지난달 20일 미국에서는 A. 예이츠라는 30대 중반 여성이 남편이 출근한 후 자신의 다섯 아이를 익사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죽은 아이들은 생후 6개월부터 일곱 살까지였으며 그녀가 낳은 남자 아이 네 명과 입양한 여자아이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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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츠는 사건을 숨기려 하지 않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후 남편을 집으로 불렀다. 경찰은 아이들의 시신을 본 그녀가 힘들어하고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녀의 남편은 “예이츠는 아이들을 사랑했다”면서 “이 일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그녀가 저지른 것이 아니다”라며 괴로워했다.

예이츠는 2년 전부터 산후 우울증에 시달렸고 약물치료도 받고 있었으나 살인까지 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경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특별히 미국인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위민스 이뉴스(Women's Enews)는 미국에서 자신의 아이를 살해하는 일은 종종 일어났으나 이 사건이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특별히 부각됐다고 분석한다. 기존에는 이같은 일이 유색인종이나 이민자, 정신병자, 경제적 곤란을 겪는 가정 등에서 주로 일어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이트 주립대학의 쉐릴 메이어 교수는 오는 8월 출판될 보고서 ‘자신의 아이를 살해하는 어머니들’을 위민스 이뉴스에 발표하면서 “산후 우울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며 미국 사회가 이에 대해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이어 교수는 미국에서 1990년에서 1999년 사이에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수 천명의 여성들 중 200명을 조사했다. 이들의 10% 정도는 한 명 이상의 아이를 살해했다.

이 여성들의 대부분은 출산이나 임신으로 인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며 정신질환을 앓는다.

몇몇은 자살이나 살인을 시도한다.

휴스턴 베이러 대학의 디안 트레드웰 디어링은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성은 무력감을 느끼고 과민해지며 수면 패턴이 바뀌고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고 설명한다.

이런 증상은 매년 미국 출산 여성의 10% 정도가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여성들은 환상이나 환각을 보는 등 정신분열 상태에 빠지게 된다.

디어링은 “자신의 아이가 악마라고 생각하거나 아이를 죽이는 게 낫다는 소리가 계속 들려와 아이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치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예이츠 사건에 대해 “산후 우울증 기간에 아이를 죽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나 그렇다고 전대미문의 사건 역시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여성들이 자신의 증상을 가족, 친구, 건강관리전문가에게 말하더라도 대부분 무시되거나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채 아무런 전문상담 없이 약물치료만 받기 일쑤다.

미국에서는 산후 우울증의 심각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여성들이 겪는 다른 질환들처럼 산후 우울증 역시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며 정신장애 매뉴얼에도 올라와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1922년 ‘유아살해법’을 제정한 후 출산한 여성이 우울증이나 강박관념으로 인해 아이를 살해하는 극한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이들에 대한 비난을 줄이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법률을 제정했다.

메이어 교수는 “예이츠가 영국에 있었더라면 그녀의 행위에 대한 논란에 앞서 병원에서 치료부터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누가 비난받아야 하는지 왈가왈부하기보다 앞으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안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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