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대 명절의 하나로 불리는 단오날이면 규방에만 갇혀 있던 여자들이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창포잎을 머리에 꽂고 집 밖으로 나와 그네를 뛰었다. 남자들은 씨름을 하며 여러가지 민속놀이를 즐겼다. 각 가정에서는 몸과 집 주위를 청결히 하고, 부락단위의 동제형식으로 지황(地皇)과 산신에게 벽사(僻邪)와 풍농(豊農)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단오를 지내는 방법은 지방마다 특색은 있지만 그 근간은 대동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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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무희들이 비수를 감춘채 여원무를 추면서 왜구들을 유인해 섬멸하고 고을의 평안을 되찾았다는 유래를 담은 여원무를 주민들이 재현하고 있다.

음력 5월 5일인 지난 6월 24, 25일 이틀간 경산 계정숲에서 치러진 ‘자인단오-한장군놀이’는 우리나라에서 전래되고 있는 단오제 중 가장 오래 된 민속놀이다.

지역주민들이 실존 인물로 믿는 고을의 수호신인 한장군에게 유교식 제례로서 한묘대제를 올리고 큰굿, 호장굿(가장행렬), 여원무, 무당굿, 자인 팔광대 등을 행하는 한장군놀이는 방대한 형태의 고을굿으로 신라시대부터 전승되어 왔다.

기록과 구전에 따른 자인단오의 유래를 보면 ‘9세기 전후 신라시대에 왜구들이 자인의 도천산(到天山)에 성을 쌓고 기거하면서 주민들을 괴롭히자 한장군이 그의 누이와 버들못에서 여원무(女圓舞)와 배우잡희(俳優雜戱)의 놀이판을 벌여 이들을 유인, 섬멸했다. 그 후 한장군은 자인의 태수(太守)가 되었고, 한장군이 죽은 후 자인현 주민들은 그의 충의를 추앙하여 여러 곳에 사당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해마다 수릿날 추모제사를 지낸 후 큰굿, 호장굿(가장행렬), 여원무와 배우잡희, 무당굿, 자인팔광대 등 민속놀이를 즐겼다 하는데 이것이 오늘날 전승되고 있는 자인 단오제의 시작이었다.

자인단오제 행사중 가장 볼 만한 것은 여원무다.

<자인읍지>를 보면 ‘한장군이 여원무를 꾸몄는데, 이것은 채색한 종이를 잘라서 만든 꽃으로 두개의 둥근 꽃관을 만들고,꽃관 가에는 오색종이를 드리웠다. 한장군이 그의 누이와 같은 여장을 하여 각자가 한개씩 관을 들고 춤추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화관은 꽃이 5종류(연화, 작약, 모란, 담배꽃, 국화)이고, 꽃의 수는 500여개, 꽃의 지름은 60cm, 높이가 3m, 꽃가지는 8개, 관가에 드리운 치마가 오색이며, 길이는 1m 정도다. 화관의 밑부분이 통형인 것은 사람의 상체가 잘 들어가게 하기 위함이고, 오색치마를 드리운 것은 사람의 하체를 숨기기 위함이다. 실제로 화관을 쓰면 사람의 형체는 없고 ‘꽃귀신’처럼 하나의 꽃관으로만 보였다.

한장군과 무희들이 비수를 감춘채 왜구들을 유인하여 여원무에 도취된 왜구들을 섬멸하고 고을의 평안을 되찾았다는 여원무는 한장군이 누이와 각자의 화관을 들고 춤추었고, 주위에는 배우로 가장한 주민들이 잡희(雜戱)를 꾸몄는데 이 화관무와 배우들의 잡희가 현존하는 여원무와 자인팔광대의 전신이다.

<경북 권은주 통신원 ej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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