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내용등급제 실시에 따른 문제점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인터넷 검열과 규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진보네트워크 장여경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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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일부터 통신질서확립법에 의한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시행되자 이에 반대하는 2백여 개 사이트들이 6월 29일∼7월 2일까지 사이트 운영을 중단하고 온라인 시위를 벌이는 등 ‘사이트 파업’을 진행했다.

청소년 보호냐 표현의 자유 침해냐로 논란이 되어온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1일부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통신질서확립법) 시행과 함께 실시되면서 시민단체와 사이트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달 26일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과 청소년보호법 폐지와 표현의 자유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에서 주최한 ‘정부의 인터넷 내용규제와 표현의 자유,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는 통신업체와 검찰로부터 강제 폐쇄된 사이트의 사례가 발표됐다.

나체사진 게재로 충남서천교육청으로부터 직위해제 당한 김인규 교사(미술작가)는 “작품에 대한 논란을 스스로의 해결과정에 맡겼다면 학부모회의를 통해 학부모와 나의 대화가 진행되면서 정리되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검찰의 독단적인 개입은 그럴 기회 자체를 봉쇄해버렸다”고 항의했다.

또 자퇴생들의 온라인모임 아이노스쿨넷(iNoSchool.net)의 운영자 김진혁군은 “우리의 공간을 만들려 한 것뿐이었다”면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가 사이트 폐쇄 이유 중 하나로 ‘운영자가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라는 점’이라고 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퇴생들은 사이트를 운영할 권리가 없고 미성년자 또한 사이트 운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인가.”

한편 지난달 20일 윤리위를 방문,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된 12만여 건의 외국사이트 차단 목록의 일부를 열람한 한국 여성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들 목록 중에는 영국의 성적소수자 인권단체(www.gyro.org.uk)와 유엔이 인정한 국제 레즈비언·게이 인권연합기구(www.ilga.org)도 포함돼 있다.

조만간 윤리위가 자체 개발한 유해매체 차단소프트웨어와 내용등급 선별소프트웨어를 PC방, 도서관 등에 배포하고 각 통신업체의 소프트웨어에 장착하도록 하면 이 목록에 오른 사이트는 인터넷에서 차단, 격리되는 셈이다.

유해매체 분류기준에 대해 윤리위 관계자는 “기준은 시정할 수 있으며 선진적인 기술을 도입해 확실히 유해매체만 차단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공동행동은 인터넷 내용등급제의 운영을 맡은 윤리위의 존속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윤리위는 지금까지 “강제수단이 없는 자율적 민간기구”로서의 성격을 밝혀왔다. 이상희 변호사는 “윤리위의 심의기준이 정보통신 분야에서 정보제공의 기준이 되고 있고 윤리위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규정한 표현물에 대해 유해매체물 표시를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검열을 행사하는 행정기관”이라고 반박했다.

황성기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법학박사)도 “오늘날 핵심적인 문제는 내용규제시스템에 있어서 국가 내지는 법의 역할문제”라며 “시민사회의 자율적인 행동에 의해 담보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등급제 시행이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뿐 아니라 광활한 인터넷의 특성상 실제로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이 제도를 강행하는 것은 윤리위가 새로운 매체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갖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freeonline.or.kr)은 6월 29일∼7월 2일까지 사이트 운영을 중단하고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시위를 벌이는 등 ‘사이트 파업’을 진행했으며 2백여 개 사이트가 동참했다.

이들 단체들과 사이트 운영자들은 3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 내용등급제 불복종 선언을 하는 등 통신질서확립법 철회를 요구하는 활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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