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태워 이웃 밝히는 촛불 되고 싶다”

~35-1.jpg

여성운동가 김경신(46, 전 광주여성의전화 회장) 전남대 교수를 두고 많은 이들이 “짧은 시간에 그처럼 여성운동가 몇 사람 몫을 해낸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1986년 목포대학 가정학과에 부임하며 여성운동에 관심을 두게 된 김경신 교수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여성에 대한 애정이 뒷받침되어 교육기회가 부족한 이들을 위해 지역 곳곳을 다니며 봉사하게 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1979년 2월 서울대학교 가정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가정관리학을 전공했다. 그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가정에서의 가족문제와 사회에서의 여성문제는 결국 하나의 문제”라는 판단으로 여성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장의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80여 편의 논문을 저술하기도 했다.

“가족문제와 여성문제는 결국 하나”

1999년 광주여성의전화 회장을 맡은 그는 재임기간 2년 동안 ’99년 3월 ‘가정폭력상담원 양성교육’을, 7월에는 ‘직장내 성희롱 예방 및 건전한 성문화 조성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또 같은 해 7월 광주가정폭력상담소를 개소했으며, 같은 해 10월 차세대여성정치지도자 육성캠프를 마련했다.

2000년에도 2월 성폭력 전문상담원 양성교육, 4월 지역여성상담종사자 연찬회, 9월 신지식인 교사를 위한 열린 성교육 연수 등을 마련한 김 교수는 이듬해 2월에는 가정폭력 전문상담요원 양성교육을 진행했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상담원 워크숍을 비롯하여 상담의 가족치료적 접근, 건전한 혼례문화, 평등한 출발 등을 주제로 한 시민토론 한마당을 개최하기도 했다.

한편 그해 10월 대학이 지역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남대에 여성연구소를 개설한 김 교수는 “연구는 기본으로 하고 실제 지역사회 복지와 여성지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의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한다.

김 교수가 추진하고 있는 여성의 사회활동과 복지증진을 목표로 한 다양한 연구는 많은 사회단체나 여성단체 프로그램에 활용되고 있다. 또 그가 발표한 다수의 논문과 연구결과는 사회교육을 위한 세미나, 워크숍, 심포지엄, 교양강좌 등으로 이어져 지역민을 위한 여러 사업에 이론적 뒷받침이 되고 있다.

@35-2.jpg

▶ 김경신 교수가 교사를 대상으로 성교육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전남대학교 여성연구소 초대소장을 맡은 김 교수는 “지역여성의 힘을 결집하기 위해 민·관·학의 응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학 강단에서 이론만을 정립하고 정해진 범주에서 안주하는 틀을 깨고 전문인으로서 여성운동을 적극적으로 펴왔다. 앞으로도 그는 여성문제와 여성발전을 위한 제도 마련에 주력하는 한편 지역 여성들의 현안을 함께 고민하는 상담자로, 치료사로 실효성 있는 운동을 펼치고 싶다고 전한다.

여성의 몫을 위해 목소리 높이는 것이 내 과제

“처음 여성연구소 문을 열기 이전만 해도 여성농민들이 일 자체도 힘들뿐 아니라 인간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해 여러 면에서 불만이 쌓여있었습니다.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여성이 해야 할 몫을 강조하고 목소리를 높여주기 시작한 것이 제 여성운동의 시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김 교수는 요즘 달라진 농촌현실에서 여성운동의 성과를 조금씩 체감한다고 말한다. “요즈음은 농촌여성들도 창업을 하고 소득을 올리며 그 능력 또한 도시의 상권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농촌여성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 경우를 보면 여성이 인정받는 사회가 농촌에서부터 정립되기 시작한다는 느낌입니다.”

짧은 시간에 여성운동가로서 가족문제를 상담하고 연구하는 그는 여성이 받는 폭력 중에 성폭력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 특히 성폭력 상담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김 교수는 젊은이를 이해하고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등 여성 계층간의 문제, 이혼과 부부갈등 등 가족구성원 내에서의 여성문제에 현장감 있게 대처하고자 이들 을 상담할 상담원 육성을 위해 연평균 60∼70회에 걸쳐 연인원 10만명을 교육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간교육프로그램에 김 교수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올해로 15년째다.

또한 김 교수는 가족해체현상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총체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강론 외에도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이사로서 가족클리닉을 맡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김경신 교수는 육지와 섬을 망라한 인근 22개 시군구가 일반주민교육, 행정공무원 및 교육공무원·기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연수, 교육, 강좌 등의 주요 프로그램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35-3.jpg

◀ 가정폭력 전문상담요원 양성교육을 마치고 상담원들과 함께.(셋째줄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김경신 교수)

여성들 의식변화에 남성들 따라와야

그는 특히 여성지도자 및 일반여성교육, 농촌지도자 교육, 편부모교육, 노인교육, 공무원교육, 성희롱예방교육, 교사재교육 외에도 여성단체, 지역운동단체, 학술단체 등의 세미나 및 워크숍, 상담원 양성교육, 기업체 직원 의식화교육, 기업체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사회재교육에 바쁜 시간을 쪼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중·고교 및 대학생·교사·교장 등을 대상으로 한 남녀평등의식교육, 성교육, 직무교육 등에서 김 교수는 여성과 여성문제에 관해 남성들을 설득시키는 데 명수라는 평가받는다.

최근 들어 김 교수는 급격한 이혼율 증가에 따른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문제 중에 더욱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은 이혼율이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혼율 급증은 가정문제 뿐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당사자는 물론 자녀들 모두 물질적·정신적 측면에서 사회적인 보호책 없이 무방비로 내던져지는데 제도적으로도 아무런 장치가 없습니다.”

이혼율 증가와 관련하여 현모양처만 선호하는 남성들이 배우자와 겪는 갈등을 치유하는 것도 김 교수의 주요한 활동 중의 하나이다.

“여성들의 생각은 급진적으로 변화하여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남성들은 여전히 19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또 사회제도는 20세기에 머물러 있어 이들간의 갈등은 사회구조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고 연구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데 여성들에게 옛날처럼 참고만 살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남성들이 여성의 변화속도를 따라오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여성운동가로서 이론과 실전 경험을 두루 갖추고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그는 자신을 태워 이웃을 밝히는 한 자루 촛불이 되고 싶다.

<광주=현중순 통신원>

김경신 교수 약력

1956년 출생

1996 6월∼2000년 10월 전라남도 여성정책심의위원

1999년 4월 ∼2001년 4월 광주광역시 시정책자문위원

2000년 2월∼2001년 2월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2001년 1월∼현재 광주광역시 여성발전센터운영자문위원장

2001년 6월∼현재 광주광역시 여성발전위원회 위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