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가정 찾기위한 시작

“하림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할아버지.” “그 다음은?” “이모.” “그 다음은?” “엄마.” “그 다음은?” “할머니.” “그 다음은?” “음, 꽃!”

딸사랑아버지모임에 함께 한 김중렬 서울환경연합 조사팀장은 얼마 전 어린 딸아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한방 얻어맞은 느낌”이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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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예기치 못한 대답을 듣고 나의 아버지 역할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경제적으로 가정을 책임진다는 이유로 가사와 육아에서 면제받았지만, 결국 아버지들은 가정에서 소외되어가고 있던 거죠. 그런데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아버지들이 저뿐이 아니었어요. 자연스레 모임이 만들어졌고 열린 아버지상, 평등한 가족문화를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졌죠. 호주제폐지운동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어쩌면 필연이죠. 호주제가 있는 한 딸들은 평등한 주체로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딸사랑아버지모임 구성원은 딸만 둔 아버지, 딸과 아들을 둔 아버지, 아들만 둔 아버지, 미혼남성 등 다양하다. 딸 가진 아버지들의 모임이 아니라 아들도 딸 키우는 마음으로 키우는 아버지,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남성들의 운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들 하나를 둔 정수복 사회운동연구소 소장은 “70년대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딸들은 평등의식을 배웠는데, 아들들에게는 누구도 평등의식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며 “아들들이 삶의 파트너로 딸들과 잘 살려면 아들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고 동참 이유를 전했다.

방송인 김종찬씨는 “그간 남성들은 여성운동에 동참하고 싶어도 기회가 적었습니다. 딸사랑아버지모임이 그런 통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껏 아버지들이 제 역할을 못했는데 한 집안의 아버지, 사회의 아버지로 거듭나려 합니다. 잃어버린 가정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합니다”라고 전했다. (02)2273-9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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