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문화 논의 학부모들 ‘인터넷은 악의 온상’ 생각 바꿔야

이날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사이버문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자녀세대와의 충돌을 줄이기 위해 부모들이 사이버문화의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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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한국여성정보인협회에서 주최한 ‘학부모세대의 사이버문화’ 토론회.

10대가 사이버문화를 ‘주도’하다시피 하는 국내 현실에서 자녀세대와 학부모세대의 사회·심리·문화적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10대들에게 인터넷은 학습장을 넘어 놀이터이자 사교장으로 생활 속에 자리잡았다. 반면 학부모들은 아직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고 이 두려움은 인터넷을 ‘악의 온상’쯤으로 배척하는 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인터넷의 어두운 측면을 부각시키는 언론보도를 통해 학부모들의 두려움은 증폭되고, 이는 이른바 ‘문제사이트’ 폐쇄를 반기는 등 정보의 규제주의에 학부모들이 힘을 실어주는 구도로 나타나게 된다. 10대들이 만든 자퇴생 정보사이트 아이노스쿨이 10대의 자퇴를 부추긴다는 판단에 따라 폐쇄된 건 학부모세대와 자녀세대 사이의 문화단절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사이버문화에 관한 한 ‘날아가는 10대와 기는 학부모들’ 사이에 일어나는 세대간 문화충돌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우선 사이버문화의 특성을 학부모들이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보사회의 학부모 노릇은 산업사회의 그것과 성격을 달리 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고 사회변화를 직시하자는 것이다.

지난 22일 한국여성정보인협회 주최로 이화SK텔레콤관 컨벤션홀에서 열린‘학부모세대의 사이버문화’ 토론회는 정보사회에서 학부모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꺼내 놓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30∼50대 연령층으로 학부모이자 관련 전문가로서 참석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은 “디지털문화를 매개로 10대들은 자신들의 다원적 욕구를 적극 표현하고 있으며, 빛과 그림자를 모두 거느린 이들의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부분 의견이 일치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전북대 함한희 교수(문화인류학)는 세대간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실마리를 학부모들의 적극적 자세에서 일차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 교수는 “가부장적 질서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는 청소년들의 사이버공동체 대항문화의 뿌리를 캐보면 그 부모세대가 군사독재를 무너뜨리고 이룩한 시민민주주의에 닿아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세대간 정보격차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길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는 낙관을 피력했다. 그는 “진정한 권위는 통제와 강제를 통해서보다 자율과 자유를 누리는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며 이러한 권위를 가진 학부모세대가 사이버문화를 ‘이끌자’고 제안했다. 또 학부모들을 사이버문화에 참여시키기 위해 기술적 연구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10대가 주도할 수 밖에 없는 국내 사이버문화의 배경에 대해서도 논의되었다. 컴팩코리아 김영국 전무는 “학벌위주의 사회에서 문화적 억압을 심하게 경험하는 아이들이 사이버문화에서 해방구를 찾은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조숙자 박사(아동심리학)는 “인터넷중독의 경우도 현실의 진로교육이나 가족상담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사이버문화에 청소년이 열광하는 건 자기정체성을 탐구하는 청소년기와 인터넷의 매체특성이 잘 맞아떨어지는 데서 오는 현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게임 조이시티를 운영하는 JC엔터테인먼트 김양신 대표는 게임업체를 운영하면서 경험한 학부모와 아이들의 상담사례를 소개하며 “부모와 말이 안통한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하나의 도피수단으로 게임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아이들에게 인터넷의 ‘교육적 측면’만을 강조해선 오히려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면서 게임의 요소 등 놀이의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인화 뉴미디어부 부장 goodal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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