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목사님이 ‘신에게 복종하듯이 남편에게 복종하라’고 하시는데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런 고리타분한 얘길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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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천 년전 ‘신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고 하였는데 21세기 우리 종교계는 가부장적인 한국사회보다도 더 보수적이며 불평등한 이념을 주입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에겐 종교에 귀의하는 것이 ‘성스러운 일’이거나 ‘의식이 깨인 것’이 아니라 ‘고리타분한 것’ 혹은 ‘안주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가정폭력에 희생당하고 있는 신도에게 “신은 못 견딜 십자가는 주시지 않는다”라며 “이혼을 하느니 참고 살라”고 당부하는 신부의 말에 이제 젊은 여성들은 부당함을 느낀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염 총무는 “교회가 남성중심적으로 성서를 해석하기 때문에 남성들은 이를 이용해 사회에서의 여성차별을 정당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가령 신은 특정 성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아버지’라고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남성이 우월하다고 믿는다든지 바울이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한 편지내용을 당시 시대상황을 고려하지 않은채 절대진리인양 인용하면서 여성목사 안수를 반대하는 것은 성서를 남성 편의대로 해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여성신학자들은 “여성의 눈으로 종교를 읽자”고 주장한다. 여신학자협의회의 경우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내포하고 있는 ‘시편’을 평등적이고 평화적인 언어로 바꾼 <한반도에 다시 살아나는 여성시편>(여성신학사, 6천원)을 출간하기도 했다.

성차별적인 교리해석은 불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교 여성학에서는 불교계에서 남녀관계를 수평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종속관계로 규정하는 반여성적 인식태도의 근원으로 <사분율>에 나오는 비구니 팔경법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비구니 최초의 규율이라 할 수 있는 팔경법은 부처가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는 데 전제조건으로 붙인 내용이다. 이는 ‘비구니는 비구를 비방할 수 없다’ ‘비구니는 반 달마다 비구 대중 가운데서 가르쳐줄 스승을 구해야 한다’ 등의 8가지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함께 ‘여성은 성불할 수 없다’는 여인불성불설과 따라서 ‘여자는 남자 몸으로 바꾼 뒤에 성불할 수 있다’는 여성변성성불설도 차별적인 교리로 지적된다.

불교철학박사 이현옥씨는 “불교의 근본정신은 평등하다”며 “팔경법이나 여인오장설 등은 석가 사후 당시 인도사회의 반여성적 인식태도를 반영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동국대 불교학과 해주 스님은 “석가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이런 부정적 의식들이 오늘날에도 교단내 비구니의 차별적 위상을 초래했다”면서 “과거 부정적 여성관을 여성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바꿔나갔듯 오늘날의 여성도 올바른 여성관을 정립해 여성불자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종교의 시작은 기존의 틀을 깨는 혁명과 진보의 정신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종교는 규모가 확장됨에 따라 가부장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사회와 결탁해 안주하느라 소외계층에게 손을 내밀었던 평등과 해방의 기본정신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지는 않은지 자기고민을 꾀해야 할 때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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