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이 설 공간은 운동장 변두리?

하루종일 온몸이 쑤셔왔다.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대고 머리가 아파 아예 자리를 펴고 누워버렸다. 방구석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끙끙거리고 있는 나를 보고 어머니가 한마디하신다. “무슨 미친 바람이 불었는지 안 하던 짓 하더니만 꼴 좋다.” 정말 그랬다.

전날은 동문체육대회 날이었다. 휴학 이후로 학교에 자주 못 가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후배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체육제에 참가해 주십사’하는 내용이었다. 괜히 들뜬 마음에 쫄래쫄래 학교로 나선 게 화근이었다.

유난히 더운 날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은 휴일을 맞아 모여든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북적대는 운동장 한 귀퉁이에 천막을 치고 체육대회가 시작됐다. 프로그램은 배구, 족구, 농구, 축구… 처음은 쉬웠다. 운동은 자주 안 하지만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은 데다 남자 선후배들이 알아서 날아오는 공을 처리해 주는 게 여간 편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두 게임 진행했을까? 슬슬 지치고 왠지 모를 짜증까지 겹쳐 시합 중에 빠져 나올 요량으로 주변을 힐끔거리다가 나무 그늘에 시선이 갔다. 어느새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여학생들. 어디 우리 동문만이랴. 운동장 한가운데서 땀을 비질거리면서도 신나게 공을 펑펑 차대는 남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얼마 안 되는 여자들 중 태반은 운동장 변두리로 물러나 ‘구경꾼’ 노릇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지난 4년간 운동장의 정경은 항상 그래왔다. 성평등 시대로 가고 있다는 요즘에도 운동장에서의 여성은 항상 ‘주변인’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쉬는 시간의 운동장만 비교해 봐도 차이는 극명하다. 정적인 교실과는 대조적으로 동적인 장소로 인식되는 운동장은 뼈와 근육의 강인함을 교육받은 남성에게 그 주도권을 고스란히 내주고 있다.

체육대회는 그러한 면에서 그 편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땀을 흘리지 않는 것’은 운동장에서 추방당한다. 남성만의 체육대회가 아닐 경우 더욱 문제다. 함께 즐기는 레크리에이션이 아닌 농구, 축구 등 ‘힘’을 중시하는 시합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체육대회는 체력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없는 사람들을 나가떨어지게 한다.

나이나 성별을 무시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는 ‘시합’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은 흥미를 상실하고 ‘연약한 여학우들’을 위해 희생하는 남학우들의 ‘한 수 접어주는’ 갸륵함에 속내만 불편해질 뿐이다.

무리한 운동으로 경직된 팔다리는 근육을 조목조목 살펴 주물러 주면 풀리듯 운동장 속에 경직된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김은혜/인하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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