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망생 김수영씨

[D-365 지방선거] (하)여성들이여 정치를 하라

김수영씨(38)는 아침에 일어나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을 바쁘게 학교에 보낸 뒤 자신의 하루를 시작한다. 조간신문 읽기가 그의 첫 일과. 그는 신문의 모든 면을 꼼꼼히 놓치지 않는다. 이것도 그에겐 하나의 공부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내년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소위 정치지망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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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지방선거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정치지망생 김수영씨가 국회의사당 앞에 섰다.

요즘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때문에 그는 무척 바쁘다. 10시쯤이면 아파트 문을 나서 구민회관 스포츠센터로 향한다. 바쁠수록 건강을 잃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1시간 가량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주민들과 만날 수 있고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지역단체에서 하는 구의회 예산감시활동을 위한 스터디에도 참여하고 여성단체에서 실시하는 후보자 교육도 받아야 한다. 혼자서 나름대로 해야 할 준비도 있다. 우선 지방의원이 되려면 지역을 모르고서는 안되기 때문에 인구조사며, 주민특성 등 지역조사를 하고 있다. 또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방법도 고민중이다.

그는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감옥까지 갔다온 386 민주화운동 세대다. 1990년 결혼을 하면서 현장운동을 접고 보통사람으로 돌아가 5년간 직장생활도 했다.

평범한 직장인과 주부였고 한때는 사회운동가였던 그가 제도권 정치에 뛰어들 결심을 한 것은 1999년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의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부터이다.

“여세연에서 활동하면서 여성들이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이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어요. 여성들이 할당제를 주장하면 간혹 남성들은 ‘사람이 없다’라는 말을 해요. 물론 사람이 있긴 하지만 준비된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에게 자극제가 된 것이 또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386세대가 바람을 일으켰다고들 하지만 모두 남성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때 여자 386은 어디 있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이제는 여성 386세대도 바람을 일으킬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 대부분 (운동을 그만둔 후) 가정에 머물거나 직장에 어렵게 적응하며 생활해 왔죠. 이젠 다시 사회, 정치에 눈돌릴 때가 됐다고 봐요.”

내년 지방선거에서 30대 여성들이 20명만 나와도 바람을 일으켜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처음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만류했다. 일단 정치하면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 때문에 ‘선거에 실패하면 패가망신한다’고 반대했고, ‘여자가 무슨 정치냐’는 식의 봉건적인 반응도 있었다. 그래도 제일 가까운 남편만은 반대하지 않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총학생회장 출신이고 학생운동을 함께 했던 동지이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정치지망생의 첫째 조건은 자신감이라고 말한다.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이다”라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다면 주위의 시선이나 자신이 처한 조건 등은 극복할 수 있다고. “주부들도 이젠 비판만 말고 직접 나서서 본인이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해요. 정치가 결코 내 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주부들이 전업으로 할 수 있는 직업 가운데 정치는 가장 좋은 직업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에너지를 투여한 만큼 사회가 달라지는데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어디 있겠어요.”

그는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또 모든 정치인들이 주민과 같이 호흡하는 주민자치, 생활자치를 얘기하지만 그는 실제로 그렇게 실천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한다. 이런 그의 마음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첫 번째 장이 바로 내년 지방선거다. 그리고 그 다음 목표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그는 당당하게 말한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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