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간호사관학교가 98년 폐교결정 이후 3년만에 부활했다.

지난 달 31일 민주당과 정부는 ‘국방·여성 연석당정회의’를 열고 내년 완전 폐쇄될 예정이었던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존치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4일 국군간호사관학교에 10월에 신입생 80명을 모집하라는 공문을 하달했다. 그 동안 학교 살리기 운동에 앞장섰던 간호사관학교 총동문회와 비상대책위는 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폐지반대 결의대회’를 ‘존치환영대회’(사진)로 변경, 많은 동문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 막을 올렸다.

동문들은 “관료사회 속에서 임무와 복종만을 배웠던 우리들은 이번 운동을 통해 참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서 “새 시대에 맞는 군 간호전문가와 지도자를 양성하는 간호사관학교의 도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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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새로운 도약, 이제부터 시작

98년 국방부가 군 개혁의 일환으로 시행한 국군간호사관학교 폐교결정(본지 623호 보도)이 지난 달 31일 민주당의 이해찬 정책위원장과 김성순 제3정조위원장, 이낙연 제1정조위원장, 정부측의 한명숙 여성부 장관과 김동신 국방장관, 기획예산처 관계자 등이 참석한 당정회의에서 존치를 결정함에 따라 3년만에 뒤집혔다.

민주당 대변인은 “3년 전에 비해 경제상황이 좋아지고 민간부분에서 간호인력부족 현상이 벌어져 아웃소싱이 어렵게 됐으며 여성인력개발의 기회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존치 이유를 밝혔다.

간호사관학교 폐지방침은 그 동안 간호사관학교 동문회, 간호사협회, 그리고 여성계로부터 “군 보건의료계 발전의 핵심기관인 간호사관학교의 기능을 무시한 우매한 결정”이며 “가장 힘없는 조직을 개혁의 희생양으로 삼은 명분 없는 조직 이기주의이자 교육상 성차별”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작년부터 국회 국방위에서 이연숙 의원(한나라)을 비롯한 여야의원들은 “폐지법도 없이 신입생도를 뽑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해왔고 조웅규 의원(한나라)을 비롯한 여야의원 33인이 발의한 ‘국군간호사관학교 설치법 개정법률안’이 이번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국방부가 나중에라도 인력을 감축하거나 뽑지 않겠다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법으로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미리 못박아 두겠다”는 입장이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살려낸 여성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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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전화위복이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군간호사관학교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게 되었고 동문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졸업생 최은신씨)

간호사관학교 살리기 운동이 동문들의 힘을 모으고 국민적인 지지를 얻기까지는 ‘국간사 존속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비대위의 활동은 미국에서 간호사관학교 폐지 소식을 접한 이상원씨가 간호장교 출신 아내 김영신씨(16기)에게 선물한 사이트(www.geocities.com/youngsinkim)를 중심으로 시작돼 학교 존속의 당위성을 알리고 대대적인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5개월간 온·오프라인 상에서 총력전을 벌여왔다.

김은주 비대위 위원장(13기)은 “여성의 문제에 여성들이 도움을 준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한다. 국군간호사관학교가 폐교직전에 다시 살아나기까지 총동문회(www.googansa.com)와 간호사협회를 비롯해 여성 국회의원들과 여성부,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교조 여성위원회 등 여성단체의 노력이 뒷받침돼 주었기 때문이다.

존치 결정이 알려지자 비대위 사이트를 운영해 온 김영신씨는 “운동을 통해 다시 찾은 동문들에게 감사한다”며 “우리 안에 살아있는 가능성과 자부심의 실체를 찾았고 이를 토대로 사회를 위한 참여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특히 어떠한 비판에도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국방부가 간호사관학교 존치에 합의한 것에 대해 “여성부의 힘을 확인했다”고 평했다. 당정회의에서 한명숙 여성부 장관은 “어려운 여건에 처한 여성들이 국가의 보조를 받아가면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막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식 변화야말로 진정한 발전

98년 폐교결정 이후 99년 가을부터 신입생 모집이 중단된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이 그간 겪은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학교에선 무슨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없어지는 학교’라는 벽에 가로막혀 정체돼왔다. 특히 후배들에 대한 지도력을 키우고 솔선수범을 배워야 하는 사관교육이 3·4학년만 남은 상태에서 제대로 이루어졌을 리 만무하다.

더욱이 국방부에 소속돼 규율 속에 사는 현역으로서 학교문제에 발벗고 나설 수도 없는 상황에서 현 간호사관생도들은 2년간 마치 죄지은 양 풀이 죽어 있었다.

올해 10월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은 장례식 분위기이던 학교에 생기를 불러일으켰다. 국간사 축제인 ‘백합제’를 준비하는 생도들의 모습에선 미래의 희망을 읽어낼 수 있다. 간호사관학교 측은 “학교의 정보화를 비롯해 앞으로 노력해야 할 것들이 더 많다”며 “우수 인력을 모집·양성해 학교존속을 위해 노력해주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국간사 살리기 운동을 통해 결속을 다진 동문들은 “학교가 살아났으니 이제 학교를 키우자”며 나서고 있다. 비대위는 인터넷을 통한 운동을 접으면서 운동의 모금액을 동문회의 학교발전기금으로 기탁하기로 했다. 또 동문회는 국군간호사관학교의 역사와 존치운동 사례를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이러한 자료들이 생도와 현역, 예비역들에게 자극을 가져다 줄 겁니다. 의식의 변화야말로 진정한 발전입니다.”(졸업생 이나라씨)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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