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길만이 살길이다? 가구로 들어차 사람이 다닐 길조차 비좁은 집에서 수시로 버리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들 말한다. 필자의 경우 아이방 발코니에 처박혀 변변히 수납구실도 못하며 우중충하게 분위기 흐리고 자리를 축내는 문갑을 보며 저걸 내다버리리라 다짐을 하며 끄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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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깝다. 결혼할 때 산 건데…”

“저거 내다버리는 데 얼마야? 5,000원?”

“당신이 내다버려”

“잠깐! 우리 다시 생각해보자. 쓸 데가 있을거야.”

“저것 색칠해서 앞발코니에 마른 빨래 걷어두는 곳으로 사용할 수 있겠는데. 실험정신을 발휘해 보자구”

(저는 빨래건조대를 상하로 설치하여 빨래를 걷거나 바로 개어 수납할 시간이 없을 때 위에서 걷어 아래에 걸어두고 있거든요. 다음에 보여드릴게요. 정말 편리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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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모든 문짝은 다 떼어냈다. 하나하나 다 떼어내고 나니 유행이 지나 촌스럽던 문갑의 형태가 심플하게 새로 태어나고 있었다. 음, 괜찮은데… 그리고 이틀이 지난 뒤 드디어 페인트칠을 했다. 서랍과 문짝도 버리지 않고 모두 함께 색을 칠했다. 앞집의 수빈이 엄마도 마침 버리려 했던 비디오테이프 장식장이 있었던 터라 함께 페인트칠을 시작했다.

처음 페인트칠을 해본다는 수빈엄마는 “어머 이렇게 재미있는 줄 이제 알았어요. 엄두를 못 냈는데”하며 즐거워했다.

쓰다가 남긴 페인트는 버리기도 마땅치 않고 붓도 신나나 석유로 깨끗하게 씻어두지 않으면 금새 뻣뻣해지기 때문에 다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페인트칠은 시작한 김에 모두 해치우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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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못마땅했던 갈색 원목 무늬의 거울과 휴지걸이, 랩걸이 등을 가져와 색을 칠했다. 모두 하얗고 깔끔하게 변신을 시작했다.

그래도 페인트가 남았다. 이젠 무얼 칠할까? 다 쓰고 난 화장품 병이 눈에 들어왔다. 젓갈이 들어있던 나무통도 칠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화채 그릇도 내다가 색을 칠했다. 모두 깔끔하고 쓸 만한 소품들로 다시 태어났다.

하얗게 색칠한 문갑을 세워 거실장 옆 현관 근처에 두니 제법 그럴 듯 해보였다. 가방, 신발주머니 등 외출시에 필요한 물건들을 놓기가 좋았다. 특히 둥그런 다리가 모양도 예쁘고 이것 저것 걸어둘 수 있는 역할을 하며 돋보였다. 맨 위에는 핸드폰을 두면 편리할 것 같다.

이렇게 애물단지 문갑은 화려한 변신을 했다. 그리고 앞발코니에 마른 빨래를 걸어두려 했던 문갑은 당분간 거실장 옆을 지킬 것이다. 앞발코니에서 빨래걸이로 바뀔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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