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W ‘교실복도에서의 혐오’ 보고서

여성 동성애자, 혐오·성적위협 2중 노출

“교육제도의 실패” 자성의 목소리 높아

미국내 10대 성적소수자 학생들이 학교에서 심각한 학대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동성애자 여학생들은 이성애자들은 물론 남성 동성애자 학생들로부터도 이중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선생님이나 학교직원들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심지어 같이 합세해 성적 소수인 학생을 괴롭히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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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여고생들의 성정체성에 대해 다룬 영화 <여고괴담2>의 포스터.

인권운동단체인 HRW(Human Rights Watch)는 지난 달 30일 발표한 ‘교실복도에서의 혐오’라는 보고서에서 미국 7개 주에 거주하는 140명의 학생과 130명의 선생님, 부모, 학교직원들을 인터뷰해 이같이 밝히고 정부와 학교측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성적소수자 학생들이 받는 괴롭힘은 언어폭력, 혐오, 성적학대, 물리적 폭력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처음에는 가벼운 수준에서 시작하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각한 형태를 띄게 된다.

자크 C는 “처음에는 의자에 압핀을 놓거나 내 물건을 훔쳐가는 정도의 작은 장난이었다. 그러나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며 “복도를 지나면 ‘호모’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뭔가가 던져졌다. 어느날 선생님이 교실밖으로 나가자 아이들이 그룹을 지어 몰려와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내 목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동성애자 여학생의 경우 더 심한 차별을 받게 된다. 이들은 이성애자 뿐 아니라 남성 동성애자로부터도 ‘여성’으로서 차별을 받게 된다.

달리아 P는 “게이들은 좀더 육체적인 위협을 받지만 여학생들은 성적인 협박을 자주 당한다. 우리는 ‘내가 널 이성애자로 만들겠다’‘네 여자친구들을 데려와서 같이 파티하자’는 식의 말들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16살의 이성애자인 한 소녀는 학교에서 만난 남성 동성애자들에 대해 “그들은 항상 내 가슴에 대해 말하고 때때로 갑자기 가슴을 만지기도 한다. 게다가 ‘여기서 그녀와 성관계를 하면 좋아할 거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폭력은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괴롭힘을 당한 학생들은 우울증부터 시작해서 술, 마약 등에 손을 대거나 가출을 하기도 한다.

56일간 학교를 빠진 알렉스 M은 “학교에 가는 게 정신적·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아침마다 학교에 가길 무서워하면서도 한편으로 빨리 학교에 돌아가야 할텐데 하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토로했다.

일부는 사회적 혐오에 시달린 끝에 자신을 소중히 하지 않고 건강을 돌보지 않게 되면서 인간적인 친밀감을 갈망하다 HIV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몇몇은 자살까지 시도한다. 16살인 베가 S는 “더 이상 학교에 가기 싫었다. 물건을 집어던지고 욕설을 하는 아이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도 사라져 버렸다. 결국 자살을 시도해 봤지만 실패했다”고 진술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복도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내버려둔다. 일부는 자신이 동성애자로 오해받을까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성애를 혐오하는 일부 교사들이 성적 소수자인 학생들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 또 성 정체성에 따른 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법안을 마련한 주도 몇몇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HRW는 “미국의 교육제도가 성적소수자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난하고 정부와 학교측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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