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석순> 19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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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순 19집 나왔습니다. 받아 가세요!”

고려대학교에선 <석순> 편집위원들의 열 아홉 번째 ‘석순을 통한 말 걸기’가 진행중이다.

석순(石筍)은 ‘돌틈꽃’이라는 의미의 페미니즘을 전면적으로 표방하는 고려대학교 교지다. 남학생 수의 압도적 우세로 남성 중심적 문화가 유달리 심했던 고대는 ‘고대 여자’라는 그 유명한 말이 있듯이 여학우들에게 절대 녹녹치 않은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석순은 여성의 목소리로 말하고자 하는 학우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탄생했다. 여학우의 존재 자체가 희귀하던 1983년에 1집 발간을 시작으로 1년에 한 권 이상씩(98년 이후 한 학기에 한 권) 발간되고 있다.

19집은 일상에서 쉽게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사회적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 등으로 꾸며졌다. 강고하고 절대적인 것으로만 느껴지는 ‘법’, 여성주의적 문제제기의 틈이 없을 것 같은 ‘공간’,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빠져들어 비판적 시각을 잃게 하는 ‘영화’ 등이 어쩌면 가부장적 사회를 유지시키는 주역인지 모른다. 석순은 두꺼운 장막을 걷어내고 모순을 드러내고자 했다.

또 소외의 무게가 한층 더할 수밖에 없는 ‘여성 장애우’와 ‘여성이주노동자’에 대해 다루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밖에도 학우들의 소외가 점점 깊어지고 있는 ‘학생회’, 아방궁 사건과 출가한 딸의 재산 상속 문제로 관심을 일으켰던 ‘종가’ 등을 살펴보았다.

성비의 수적 평등에 근접해진 현재에도 전통이란 이름으로 과거의 남성중심적 유습이 산적한 고대. 비록 술 문화와 응원문화가 주류인 이곳에서 석순의 목소리는 작지만 이 작은 균열이 공고한 성채를 무너뜨릴 수 있을 때까지 날카롭게 언제나 살아있을 것이다.

문의:kusuksoon@hanmail.net

조이 세진/고려대 2년·<석순>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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