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전 부총학생회장 이○○ 성폭력 사건

5월 중순경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인터넷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한 성폭력 사건 관련 글들이 올라왔다. 문제가 된 사건은 1998년도 고대 부총학생회장이었던 이○○씨가 1997년 겨울부터 2000년까지 저지른 성폭력 사건이다.

이○○ 성폭력 사건은 1998년 당시 고대 총학생회장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한 사람이 바로 이씨였고, 당시 이씨는 그 사건을 여성주의 시각에 입각해 나름대로 잘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은 장본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을 주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3년 동안 이○○씨는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4명의 피해자에게 수 차례 성폭력을 행사했다. 술을 마신 후 “평소 관심이 있었다” “이제는 순결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냐” 등의 말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씨는 피해자들이 ‘싫다’고 거부의사를 내비칠 경우 계속된 진보적·여성주의적인 듯한 설득(?)으로 피해자들에게 정체성의 혼란을 주며 결국 거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하혈을 십여 차례나 했지만 잇따른 성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건이 드러나자 현재 가해자가 활동 중인 정보통신노조와 과거 운동했던 동료들의 모임 등이 함께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대책위는 피해자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가해자와 9차례의 면담을 통해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처음에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 원인을 거대담론-프리섹스주의나 순결 이데올로기 등으로 돌렸으며, 초기 면담시 별일 아니라고 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책위는 끝내 가해자로부터 가해사실을 인정받았고 반성문을 쓰게 했으며, 이를 공개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성폭력 사건은 ‘페미니즘에 관해 평소 잘 알고 있었던 가해자가 이를 도구로 삼아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페미니즘이 자칫 진보성을 가장한 남성들에 의해 역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인의 냄비근성(?) 때문일까? 현재 학내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고려대학교 내에 반성폭력 운동이 활발해지고 반성폭력 학칙제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아울러 운동사회 내 성폭력 문화에 대한 자성을 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오최 유진/고려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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