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듯 사는 것이 진정한 자유

황성주/예방의학자

자본주의가 성공하려면 국민의 높은 윤리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꽃피려면 그 뿌리가 일반 대중의 ‘견고한 도덕성’이라는 토양 위에서 양분을 흡수하며 자라날 때만 가능하다.

자본주의의 발상이 조잡한 물질주의 사상이 아닌 청교도 정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근면, 검소, 절제를 미덕으로 삼았던 초기 자본주의 이념 철학을 상실한 오늘의 세태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돈을 어떻게 벌었느냐와 번 돈을 어디에 쓰느냐라는 두 가지 명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두 가지 사건은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 양식을 결정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돈은 사람을 자신에게 헌신하게 하는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청렴결백으로 세간의 칭송을 받던 관리가 거액의 뇌물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이 종종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진정한 부자는 ‘소유의 과다’에 있는 것이 아니고 ‘조정 능력’에 있다.

돈에 의해 속박 당하지 않으려면 돈을 자유롭게 부릴 수 있는 인격과 역량을 갖추는 길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검소한 삶은 경제적 자유에 이르는 훌륭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과소비란 액수의 문제가 아니고 용도의 문제이다.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썼느냐가 중요하다. 돈을 충동에 의한 자기 과시와 쾌락을 사는 일에 사용한 것이 문제이지 꼭 필요한 일에 사용한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돈의 용도가 건강한 생활 목표 안에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이라면 과감하게 쓸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경제적 자유에 이르는 또 하나의 비결은 이웃 사랑을 위해 돈을 쓰는 일이다. 무조건 움켜쥐기를 열망하는 인간 본능에 정면으로 도전하라. 저축만이 능사가 아니다. 고인 물이 썩듯이 소유의 자만 속에 탈선과 방종이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현대는 ‘가짐’으로써가 아닌 ‘줌’으로써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정성과 마음이 담긴 것이라면 작은 액수라도 관계없다. 진실은 반드시 전달되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는 사랑을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자도, 사랑이 필요 없을 만큼 부유한 자도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라.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과소비는 속이 비었다는 증거다. 현란한 자기 과시가 일시적인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외적인 화려함에 걸맞는 내적인 품성을 갖지 못한다면 결국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그만큼 자신의 인격과 지성이 썩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소비에 대한 무한한 욕구는 행복과 무관하다. 결과는 증폭된 욕구 불만이며 소유에의 끝없는 갈망일 뿐이다. 이쯤해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꼭 써야 할 데에 돈을 쓰는 용기와 더불어 약간 부족한 듯 살아가는 것이 진정 자유로운 삶이다.

은밀한 이웃 사랑의 실천은 존재의 기쁨과 더불어 내적인 충만감을 느끼게 해준다.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키워 가는 삶이야말로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극대화시키는 삶이다. 검소의 미학, 절제의 아름다움을 아는 슬기로운 여인이 되라. 누가 뭐라 해도 상관없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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