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받았을 때 대처방법은

<인제대 보건대학원 석좌교수 >

3~4기 암은 노인·어린이에겐 알리지 말아야

병원 옮겨다니다 치료시기 놓쳐 악화되기도

암이란 말조차 입에 담기 싫어하는 게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만약 자신의 가족 중 누군가가 암 진단을 받았다면 세상이 노랗게 보이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으며 당황한 나머지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취하는 태도는 암 이라는 진단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한다. “진단이 잘못된 것일 꺼야, 의사가 하나님은 아니니까”라고 의심하며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복되는 검사로 인한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더 중요한 문제는 환자가 즉시 치료를 하면 완치 가능성이 있었는데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병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주위에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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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의하면 암이란 진단을 받은 최초 방문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은 암 환자는 전체 암 환자의 27%밖에 되지 않으며 병원을 다섯 번 이상 옮겨 다닌 경우도 2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참고) 이에 따른 환자의 고통과 치료기회 손실, 질병상태 악화 및 가족의 경제적 손실이 막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원에서 암 진단은 함부로 내리지 않고 여러 가지 검사로 확증하는 것이므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치료를 받는 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암이라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야 하느냐에 대한 갈등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일부 조사에 의하면 ‘알려야 한다’가 65%, ‘알릴 필요 없다’가 13%, ‘경우에 따라 알리는 문제를 결정하겠다’가 22%로 나타났다.

암 진단 결과 비교적 치료 가능성이 높을 경우는 환자에게 정확히 알려서 치료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다른 경우는 암이 상당히 진행되어 치료의 가능성이 없으나 환자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 정리해야 할 일이 있을 경우는 당연히 알려서 생의 마지막을 잘 정리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이 서 있을 경우에도 누가 알리느냐 언제 어떤 방법으로 알리느냐의 문제가 있다. 이는 환자의 성격, 심리상태, 환자가 처한 주변여건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

심리적으로 나약한 사람은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쇼크를 일으켜 며칠 후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의외로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강력한 투병의지를 보여 병세가 호전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의지가 약하고 암 상태가 3∼4기 인 노인이나 어린이에게는 알리지 않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있다. 환자에게 암이란 사실을 알리는 경우에는 환자가 평상시에 믿고 존경하는 사람이 말하는 것이 좋다.

이들이 암에 대해 잘 모를 경우에는 오히려 의사를 통해 직접 듣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암이란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다음 5단계의 반응이 나타난다.

처음 단계 반응은 진단이 잘못되었을 것이라는 부정의 단계, “왜 하필이면 나야” 하는 분노의 단계, “내 자식이 미국에서 올 때까지만이라도”등 타협의 단계, 말없이 울고 슬퍼하는 우울의 단계를 거쳐 자신의 현실을 수용하게 된다.

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가족들의 심리를 이용한 수많은 암 특효약에 관한 유혹이 있으므로 이 또한 잘 대처해야 한다.

그런 특효약이 있다면 왜 내놓고 소개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평생 힘들게 모은 돈을 특효약 아닌 특효약에 다 쓰는 게 고통을 참고 투병하는 자를 위한 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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