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 ‘아줌마 마라톤 예산낭비’ 거론에 대해

mbc 9시 뉴스에서 집회나 행사 때 교통통제 때문에 예산이 많이 든다고 하면서 아줌마 마라톤 대회를 내보내더군요. 차량 속도가 떨어진 것을 경제적 손실로 환산해서 마치 예산 낭비라도 한 것처럼 비난을 하던데요.

그걸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매주 대형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왜 하필 아줌마 마라톤 대회를 가지고 그러는 걸까요.

D마라톤 대회는 참가인원이 아줌마 마라톤 참가자의 두 배가 넘었고 하프 코스와 풀 코스까지 뛰는 참가자들을 위해 교통통제를 한 것을 계산한다면 훨씬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겁니다. 또 최근 무슨 신문사에서 처음 개최한 마라톤도 규모가 더 컸죠. 아니, 각 시나 구에서 개최하는 마라톤 대회만 해도 비용이 들었으면 더 들었지.

여성들만 뛰는 대회라고 얕보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 황당합니다. 행사 때 교통통제를 하는 경찰들이 참 수고가 많다고 고맙게 생각했었는데 배신감도 느껴지고요. 서울시에서는 여성들이 건강을 위해 달리고 기금을 모아 여성을 위한 장학금을 준다는 데 그런 뜻깊은 행사에 협조해줄 생각은 안 하고 ‘여자들이 뭐 그런 걸 하느냐’고 우습게 보는 모양이죠?

설사 차량통제 때문에 시 차원에서 골치를 앓는다 해도 아줌마 마라톤 대회와 대학가 마라톤, 민주노총 집회 세 가지를 예로 든 보도행태는 정말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집회문화 문제 있다는 식으로 몰고 갔는데 여성들끼리만 달린다고 하면 마라톤도 집회로 보이나보죠?

그러면서 앞으로 행사는 휴일에 하라고 했는데 아줌마 마라톤은 일요일에 열렸습니다. 기자는 당일 행사장에도 와보지 않았던 분인가 봅니다.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여성들의 마라톤 대회가 열렸는데 그걸 보도해 준 곳은 방송 3사 중 한 곳도 없었습니다. 마감뉴스 끝날 때까지 기다려도 나오지 않더군요. 그러더니만 예산 낭비라고요?

아줌마 마라톤 대회가 열려 여성들이 서로 힘을 주고받으며 자신을 위해, 가정을 위해, 여성들을 위해 달렸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던 사람으로서, 정말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사는 것이 서럽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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