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이’는 여자들이었다

여성작가 역할·문학적 가치 재평가 활발

유서깊은 극장이 주최·대기업 지원 인상적

그리스 신화를 보면 ‘무사이’ (영어로는 ‘뮤즈’)라는 9명의 여신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시와 연극, 합창 등을 담당하는 여신들로 인간세상의 온갖 예술을 담당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지난 달 23일부터 30일까지 로마 시내 ‘테아트로 아르젠티나’에서는 여성들을 위한 행사주간이 열렸다. ‘무사이는 여자들이었다’라는 부제가 암시하듯이 올해로 6회 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행사 참가자 대부분이 여성예술가들이었다.

공연 프로그램은 그림전시, 의상전시, 연극, 오페라, 콘서트, 무용공연, 그리고 하루 두 편씩의 영화상연 등 일주일 동안 빡빡하게 진행되었다.

영화는 여성문제를 주제로 한 다소 진지한 영화부터 가르보, 디트리히, 버그만, 몬로 등 한 세대를 풍미한 세계적인 여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물까지 선택의 폭이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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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여성들을 위한 문화행사주간에는 세계적 여배우들의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마릴린 먼로가 나온 <돌아오지 않는 강>의 한장면과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카사블랑카>.

또한 음악의 나라 이탈리아답게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각종 음악 공연들, 오페라와 독창회, 오케스트라 연주회 등은 이번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행사기간 동안 모든 공연관람은 무료(남성포함)였으며 대부분 여성작가들의 최근 문제작인 행사관련 서적은 10% 정도의 할인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문학분야에 대한 주제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진 해였다고 한다. 10번째의 무사이는 19세기에 탄생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탈리아 문학에 있어서 19세기 여성작가들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남성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었던 그들의 역할과 문학작품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이번 행사에선 시와 소설, 산문 등 이탈리아의 각 문학 장르를 대표하는 여성학자들의 세미나 발표와 주제토론 등 활발한 토의가 이루어졌다.

개인적으로 이번 행사가 여성협회나 특정 단체가 아닌 로마의 전통 깊은 극장측의 주최로 열렸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행사가 열린 ‘테아트로 아르젠티나’는 1730년에 건립된 유서깊은 극장(좌석수 1만석)으로 수많은 걸작품들이 공연된 로마의 대표적인 극장이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도 바로 이 극장에서 초연된 바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 나라 사람들의 외국인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이다.

행사기간 중 하루는 한국인 소프라노인 고명재씨의 독창콘서트가 있었다. 40여분의 가량의 독창을 지켜보면서 문화, 예술분야에서 외국인에게 상당히 개방적이고 편견없는 자세를 취하는 모습에서 그네들만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행사의 스폰서를 맡은 기업들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인 점도 눈에 띄었다. 막강한 경제적 후원 속에서 이루어진 행사이기에 일주일 동안 열린 모든 공연이 무료 관람이었다. 그렇기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보다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번 행사를 지켜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나치게 산만한 프로그램과 공연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등 원만치 못한 진행은 눈에 거슬렸지만 그래도 외국인 여성인 나의 눈에 비친 이번 행사는 부럽게만 느껴졌다.

<김미성 이탈리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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