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의 여성정책 주류화는 어느 만큼 이뤄졌을까. 지난 8일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여성부 주최로 열린 제1회 동북아시아 여성지도자회의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여성 정치인 및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여성정책의 현황을 소개하고 여성지도자들의 역할과 3국 여성들의 협력에 관해 논의했다.

@626-1.jpg

▶ 여성부가 주최하는 첫 국제연대행사인 한·중·일 동북아여성지도자회의에서 한명숙 장관이 발제를 마친 야마모토 카즈요 일본여학사회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류보홍 중국여성연구소 부소장은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 이후 중국은 남녀평등을 기본 국책의 하나로 삼았다”고 전하면서 중국 당국과 중국 최대 여성기구인 전국부녀연합회가 성주류화를 위해 전개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했다.

우선 남녀평등이라는 기본 국책을 홍보하기 위해 중국 중앙방송국에 ‘여성’이라는 여성전문 방송을 개시하도록 했고, 인민일보를 비롯한 123종의 여성관련 간행물을 통해 21세기 여성상, 가정폭력, 여대생 취업난, 남녀공무원의 차별적 정년퇴임에 관해 게재하여 여성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전국부녀연합회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남녀평등 관련 법규가 제정·집행되도록 하는 것. 지금까지 중화인민공화국 여성권익보장법, 혼인법 수정안을 제출했고 국가공무원 및 법집행자에게 성별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또 출산보험제도 확립, 여성의 평등한 토지 도급권 보장, 실직 여성의 재취업, 여성·아동 매매 범죄 소탕 등의 문제에 대해 특별조사를 실시하여 정부 관계당국에 권고안을 제출했다.

한편 고위급 여성의 정부기구 진출을 위해 현 이상의 각급 정부기구에 여성 및 아동 사업을 추진하는 국무원 여성아동공작위원회를 설치, 여기에 각 지역 부녀연합회가 참여하여 성별의식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의 여성정책의 목표를 설정한 제2차 중국여성발전강령이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통과되었다.

류보홍 부소장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일부 정책결정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중시한 나머지 남녀평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것이 성주류화를 추진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여학사회 야마모토 카즈요 회장은 총리 산하의 남녀공동참여심의회가 “변화하는 일본의 경제·사회 환경의 전환기에서 남녀공동참여를 새로운 국가 발전의 열쇠로 제시,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남녀공동참여 2000년 플랜이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2000년 플랜의 기본 방향은 남녀공동참여를 위한 사회제도·관습의 재고와 의식개혁.

1999년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개정되어 모집, 채용, 배치, 승진에서의 차별 금지규정이 추가되고 기업주의 성희롱 방지 대책을 포함하는 한편, 여성에게만 적용되었던 시간외 노동 상한규제 등이 폐지되었다. 또한 여성단체들은 현재 ‘육아·개호(노인간호) 휴직법’을 ‘일과 가정의 양립지원법’으로 개정하여 육아와 가족간호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회에서 배우자로부터의 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현재 일본 중의원 가운데 여성의원은 2000년 6월 현재 480명 중 35명(7.3%), 여성 참의원 수는 98년 252명 중 43명(17.1%)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이 날 회의에선 한·중·일 이해 당사국이 모인 만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경천 의원(민주당)은 “여성이 교과서 편찬위원회에 많이 참여했다면 이같이 왜곡된 교과서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번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저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한 ‘서울여성선언’에도 “역사를 왜곡 없이 올바르게 인식하고 후세에게 교육하도록 노력한다”는 항목을 포함시켰다.

그밖에 3국 여성지도자들은 서울여성선언에서 ▲동북아 성주류화를 위한 정책결정과 이행에서 국가간 교류 및 협력 강화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지지하며 이를 위한 3국 여성 연대의 중요성 강조 ▲동북아 여성지도자회의의 정례화 ▲여성의 인적자원 개발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임을 인식하고 남녀평등을 위한 세계 여성들의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 등을 결의했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여성신문 626호 기사, 인터넷 등록일자 5월 10일)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