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위헌소송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저는 두 딸과 아들을 둔 40대 후반의 이혼 여성입니다. 5년 전 전남편이 6학년 되던 해부터 큰딸을 성폭행해 왔었고, 큰딸이 가출하자 작은딸마저 성폭행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22세, 18세 된 두 딸들은 아직도 전남편으로부터 받은 상처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아이들의 친권자로서 전남편을 고소했었고, 그는 복역을 마치고 우리들을 찾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몇 군데를 옮겨 다니며 숨어살았지만, 주민등록을 통해 전남편이 우리들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 봅니다. 우리들이 살던 집에 전남편이 다녀갔었다는 말을 듣고 기절할 듯 놀란 저는 우선 쉼터에 의탁하고 있고 아이들은 각자 흩어져 친구 집에 얹혀 있는 상태입니다. 아이들의 성을 바꿀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래서 그 인간이 다시는 우리들이 어디에 있든지 찾지 못하도록 해주세요. 딸들은 전남편 이름만 들어도 하얗게 질리며 그 인간의 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이 아이들 아버지로 호적에 붙어 있는 현실이 너무 저주스럽습니다.”

친부에 의한 성폭행은 아주 드문 일이 아니며 그로 인해 가족이 받는 상처는 글로써 표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설사 친권상실 선고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녀의 부로서 여전히 호적에 존재하고 자녀를 평생 따라다닌다. 접근을 금지시키고, 어길 경우 중벌에 처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는 접어 두기로 하더라도, 자신을 파괴한 사람의 성을 일생동안 써야 한다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큰 고통이다.

우리 민법은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를 것을 강제하고 성불변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부모가 협의하여 자녀의 성을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UN 여성차별철폐협약 제16조(g)항에도 성에 관하여 부부의 동등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모의 이혼이나 재혼, 입양 등으로 자녀의 성이 변경되는 것이 자유롭고 성인연령이 되는 18세가 되면 자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성의 변경이나 선택이 인정되고 있다. 호주의 경우에는 만 18세에 달하면 누구의 허락 없이 자유롭게 성을 창설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나라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인정되는 권리가 우리 나라에서는 부계혈통의 계승이라는 시대에 뒤쳐진 발상 하에 고집스럽게 막혀 있고 그로 인한 인권침해, 여성차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반드시 다루게 될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민법 규정의 조속한 폐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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