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 어른이나 성적 욕망을 느끼고 관계를 갖고 싶은 건 똑같은

것 아닌가요, 우린 이상하게 일이 꼬인 거라구요.” 지난 7월 온 사

회를 들끓게 했던 일명‘빨간 마후라’의 주연배우이자 감독이었던

김군의 말.

그의 말대로‘꼬이지만’않았다면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

른다. 그러나 ‘불행히도’일은 꼬였다. 남에게 보여주려고까지 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중고등학생이 그들을‘관람’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벌을 받은 이유는 ‘만들었기’때문이 아니

라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보았기’때문이다. 자신이 얼마나 ‘멋

있게’보이는 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는 김군. 그 호기심은 온

사회가 그들을 지탄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경찰에서 ‘나도 여자에요’

라고 울음을 터뜨린 여중생은 왜 정상적인 삶을 포기했는지, 포르노

장면을 흉내낸 음란비디오는 어떻게 버젓이 돌아다녔는지, 그리고 유

흥업소는 어린 여중생을 어떻게 거리낌없이 고용할 수 있었는지, 어

디에도 그 대답은 없는데 말이다.

지난 7월 29일 한국여단체??상임대표 지은희)이 마련한 ‘음란

문화에 노출된 청소년! 누구의 책임인가’주제의 긴급토론회는 이런

의미에서 의의가 있었다. 긴급토론회는 빨간 마후라가 주는 교훈을

꼼꼼히 챙겨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강지원 한국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음란비디오 제

작 사건은 네가지의 총체적 실패가 가져다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가 말한 총제적 실패는 기성세대의 사회윤리 실패, 대중매체의 공영

성 실패, 공교육의 인간교육 실패, 가정의 교육 실패이다.

기성세대들은 낮에 하는 말과 밤에 하는 행동이 다르다, 낮에는 엄

숙한 도덕군자인데 밤에는 영계를 찾는 색광으로 돌변한다, 유흥업

소 접대부의 30%가 여중생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여중생을 돈주

고 사는 어른이 많다. 방송은 청소년 사건이 터지면 뉴스시간마다 난

리가 난 듯 보도하고 뉴스가 끝나면 곧 드라마 시간에 어떻게 하면

더 섹시하게 보이고 더 잔인하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를 실감나게

가르쳐 준다. 이런 것이 기성세대의 사회윤리 그리고 대중매체의 공

영성 실패. 중학교에 내신제가 들어와 모든 아이가 1린?아니라 경

쟁자가 된다, 65%이내에 들어야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기 때문에 그

이하의 아이들은 서로를 떨어뜨려야 하는 경쟁자가 된다. 10대 미혼

모 문방구 화장실 출산사건이나경찰서 화장실 출산사건과 같이 10달

동안이나 자기 딸이 배불러 다니는 것을 알지 못한 현실은 어떻게 설

명할 수 있을 것인가. 공교육의 인간교육실패와 가정의 교육성 실패

를 말하는 것이다.

강위원장은 “성문란에 빠진 10대들이 모든 책임을 사회에로만 돌리

려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다양

한 적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공교육의 확립, 건강한 문화공간 제공,

기성세대의 음란 부패문화 개선 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성문화 실태와 사회적 대안’을 주제발표한 최영애 한국성

폭력상담소 소장은 공식영역의 성교육 부재와 비공식영역의 탐닉문화

폭발이라는 이중적 사회구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소장은 청소년 놀이공간 확대와 청소년 문화 프로그램의 실시, 청

소년 축제일 제정, 유엔 아동의 권리에 입각한 청소년 인권 헌장 채

택, 지역별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기관과 쉼터 마련, 공교육기관

에서의 성교육의 제도화, 성교육 전담교사제와 교사에 대한 성교육

및 재교육의 제도화, 학교상담실의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경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대중매체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을 주제발표하면서 “성범죄 보도는 성충동을 조장해서 동시에 꾸

짖는 이른바 도덕주의자와 쾌락주의자의 이중성을 보인다”고 비판했

다. 그는 “성범죄의 고발이 성적 도발을 가져오고 정보제공이 청소

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 사회적 일탈행위를 유도할 우려가 높다

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보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여성의 전화 이상덕 부회장은‘학교교육의 개선 및 청소년 문

화 활성화 방안’이라는 발표를 통해 무엇보다 학생들이 양성평등 가

치를 키워나가는 자율적인 청소년문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청소

년 스스로가 성문제 고민의 주체가 돼 고민을 표현하고 해결점을 찾

고, 학교와 부모는 그 과정을 돕는, 학생 학교 부모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토론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청소년 유해환경에 대한 규제책 마련

과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의 연계망 구축, 영수국 교과의 비중을

줄이고 다양한 선택교과목 개설, 청소년 시각에 맞는 시청각 교재에

예산 투자, 청소년 놀이공간 확대와 청소년 문화 프로그램 실시 등을

‘건강한 청소년 성문화 정착을 위한 결의문’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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