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공로상

조혜정 (사)코리아하이파이브 대표

올림픽 구기 첫 메달 일군

‘날으는 작은 새’

생활체육 전도사로

 

구기종목 사상 올림픽 첫 메달을 일군 ‘날으는 작은 새’ 조혜정이 생활체육 전도사로 나섰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구기종목 사상 올림픽 첫 메달을 일군 ‘날으는 작은 새’ 조혜정이 생활체육 전도사로 나섰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날으는 작은 새’(flying little bird). 배구계의 전설, 조혜정(64)의 대표 수식어다. 배구선수로서는 작은 165cm의 키로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부동의 주공격수로 활약한 그의 모습을 본 외신기자들이 붙인 별명이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구기종목 사상 올림픽 최초 메달을 일군 ‘배구계 전설’이다. 2017년 배구스타로 김연경이 있다면 70~80년대는 조혜정이 배구계를 주름잡았다. 79년 한국 여자 배구 1호 해외 진출 선수이자 2010년에는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감독을 맡아 한국 4대 프로 스포츠 최초의 여성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평생 엘리트 체육의 정점에서 체육 발전을 이끈 조혜정은 요즘 생활체육 확산을 위해 뛰고 있다. 그가 2017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조혜정 대표는 “73년 1회 월드컵 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것을 생애 최고의 상으로 여겼다”면서 “이번 상이 내 생애 최고의 상”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프로 최초 여성 감독으로 섰지만 4승20패라는 “참담한 기록”을 내고 물러나야 했다. 당시 온몸이 정상적인 곳이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조 대표는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고통스러운 건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최초 여성 감독의 실패가 후배들의 기회를 뺏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공존했다. 고통에 짓눌려 있던 그를 살린 것은 의외로 생각의 전환이었다. 그는 “생활체육은 국민 모두가 건강하게 사는 삶에 기여할 수 있으니 더 좋은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실패를 만회하는 길이 꼭 배구장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가 대표를 맡은 사단법인 코리아하이파이브는 공공스포츠클럽이다. 엘리트 체육 출신 지도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농구의 박찬숙, 정미라, 야구의 양준혁, 수영 최윤희, 탁구 양영자 등 스타 선수들도 참여했다. 조 대표는 특히 학교에서 다양한 체육수업으로 학교체육 활성화에 기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클럽 활성화를 통한 엘리트 선수 발굴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육 수업을 기피하는 여학생들은 2차 성징 전인 7세 때부터 자연스럽게 체육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체육에 관심을 두지 않고 스포츠맨십도 모르던 아이들이 반 대항 시스템을 도입해 참여하게 하니 눈빛부터 달라지더라”면서 “학교 체육시간이 ‘살아있는 체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후배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경험과 연륜에서 우러나온 진심어린 말이다. 조 대표는 후배들에게 “움직이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위치나 꿈을 위해 내가 앞장서서 움직일 테니 후배들이 따라와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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