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행위자 폭력성 낮추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 개입 중요

피해자와 어린 자녀 보호 위한

법제도 신속, 간편하게 작동해야

 

 

법무연수원이 발행한 ‘2016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가정폭력에 대한 가정보호 사건이 지난 10년 동안 376.9%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다. 가장 안전하고 행복해야할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가정폭력의 피해는 고스란히 아동, 청소년에게 전달된다.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국가가 강력하게 개입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현행법은 가정폭력 범죄 중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고, 가정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는 이원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학교폭력, 가출, 청소년 성매매, 성폭력 등 사회적 범죄로 확산되거나 자녀에게 폭력이 대물림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가정폭력행위자의 폭력성을 낮추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 개입은 매우 중요하다.

가정폭력 행위자를 기소하지 않고 상담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기소유예하는 처분이 가정폭력 행위자를 면책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상습 가정폭력,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가정폭력 등에 대해서는 엄중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경미한 가정폭력의 경우에는 우수한 상담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상담자의 역량강화를 통해 가정폭력 행위자의 폭력적인 성향을 교정시키는 상담은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 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폭력 관련법에서는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와 가족을 쉼터 등으로 분리조치하는 것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와 자녀가 거주지로부터 떨어진 쉼터로 갈 경우 자녀의 학교생활 중단 등 여러 가지 불편한 문제가 발생한다. 가정폭력을 행사한 행위자가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와 어린 자녀들이 일상생활에 피해를 입는 것이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불편함과 책임은 가정폭력 행위자의 몫이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피해자와 가족은 기존 거주지에서 일상생활을 하도록 안전하게 보호하고, 행위자를 피해가족으로부터 분리시켜 피해자와 가족의 주거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 규정을 정비하면 좋겠다.

현행 가정폭력범죄의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폭법)상 가정폭력 행위자에 대한 감호위탁 규정이 있는데,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총 15건 감호위탁처분이 내려졌지만 놀랍게도 판사의 감호위탁처분이 1건도 집행되지 못했다. 가정폭력 행위자를 피해자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감호위탁 제도가 있으나, 한 건도 집행되지 못한 이유는 현행 법령상 감호위탁시설을 가정폭력피해자 지원시설 중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피해자 지원시설이 아닌 별도의 가정폭력 행위자 감호위탁시설을 지정해 감호위탁 처분 받은 행위자가 시설 안에서 적극적 교육, 가족상담 등을 통해 폭력적인 성향을 없앨 수 있도록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감호위탁시설 안에서 근무하는 상담사 등이 가정폭력 행위자의 폭력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적극 개입하는 것만으로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행위자가 언제 또 찾아와 행패를 부릴지 모른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폭법 제38조에서는 가정보호사건은 다른 쟁송보다 우선해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3개월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신속히 처리한다는 규정은 있으나 마나한 규정이며, 3개월 기간을 정하고 있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3개월 기간은 지키지 않아도 되며, 특별한 사유의 기준 또한 불분명하다. 가정의 안정과 가족 회복을 목적으로 형사처벌에 대한 특례로 가폭법을 두고 있는 이상 적어도 가정보호사건에 대해서는 처리기간을 한 달 이내로 명시해 적극적이고 신속한 사법적 개입을 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정폭력 신고를 했을 경우 우리의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PPO(PERSONAL PROTECT ORDER)를 발령하기 이전에 법원에서 24시간 이내에 행위자에게 소환장을 발부, 1주일 이내에 심문기일이 열려 심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정폭력사건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든, 가정법원에 바로 보호명령을 신청하든지 간에 적어도 1주일 이내에 행위자에게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고장이 발송돼야 하며, 1개월 이내에는 보호명령에 대한 법원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본다. 신속한 처리기간에 대한 명시를 통해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국가와 사법당국의 적극적 의지를 밝혀야 한다.

가정폭력사건은 함께 생활하는 공간 안에서 발생하며, 신체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피해자가 되고, 눈에 보이지 않은 정서적 고통으로 가족구성원의 일상생활 전체가 위협받는다. 행위자를 즉각 분리해 폭력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국가적 개입을 해야 하며, 피해자와 어린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신속하고 간편하게 작동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