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 임금에서 불이익 당하는

‘사회 적폐’ 시급히 개선해야

 

 

 

 적폐청산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논쟁이 또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여당의 적폐청산 ‘타깃’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MB는 지난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면서 “지난 6개월 적폐청산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이러한 것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위기에 처한 시기에 안보 외교 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것을 고치기 위해서 긍정적인 측면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MB는 재임 당시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 사령부의 정치공작 의혹을 받고 있다.

 

정치권이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민심은 전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화일보가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적폐청산’(34.2%), ‘일자리 창출’(32.5%) 순으로 조사됐다. 북핵 등 안보 현안 해결은 15.9%에 그쳤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적폐청산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문제는 아무리 방향이 좋더라도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 거칠고 투박하면 실패하기 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은 2004년 탄핵 역풍 속에서 원내 과반을 이룬 다음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 진상 규명법, 언론관계법 등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이를 ‘4대 국론 분열법’으로 규정하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결과적으로 4대 개혁 입법은 여야 간에 적당히 타협돼 ‘누더기 법’으로 전락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적폐 청산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고 정치 보복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첫째, 적폐 청산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 또 특정 세력에 대한 어떤 조사와 처벌 이런 것이 적폐 청산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 “검찰 등 권력 기관에 정치적 목적을 갖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검찰이 권력을 눈치를 보면서 사법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적폐 청산은 정치 보복으로 흐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균형감을 갖고 우리 사회의 적폐를 가져오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문 대통령도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와 사회 모든 영역에서 불공정과 특권의 구조를 바꾸겠습니다. 국민 누구라도 낡은 질서나 관행에 좌절하지 않도록, 국민 누구라도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바꿔나가겠습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적폐청산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적폐 청산은 크게 ‘정부 적폐’ ‘사회 적폐’ ‘정치 적폐’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는 전전 정부, 전 정부 적폐청산에만 치중하고 있다. 물론 촛불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가 과거 보수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려고 하는 것은 이해된다. 그러나 정부 적폐에 치중하면서 보다 중요한 사회 적폐가 우선순위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 임금,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우리 사회의 퇴행적 구조를 시급하게 바꿔야 한다. 셋째, 적폐청산에 코드가 작동돼서는 안 된다. 역대 정부의 개혁 과정에서 보듯이, 집권 세력이 자신들은 적폐 청산의 주체고, 다른 사람들은 적폐청산의 대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접근하면서 실패했다. 집권 세력도 적폐청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적폐청산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게 된다. 전직 대통령을 검찰의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이 적폐청산의 하이라이트가 되고 시급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여성의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정착되는 것이 더 절실하고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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