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빠만 믿어”라던 상사...용기낸 성폭력 피해자는 ‘왕따’ 돼
[단독] “오빠만 믿어”라던 상사...용기낸 성폭력 피해자는 ‘왕따’ 돼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7.11.13 20:33
  • 수정 2017-11-14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 지역 한 세무서 소속 남성 공무원이 하급자인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성희롱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Shutterstock
경기 지역 한 세무서 소속 남성 공무원이 하급자인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성희롱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Shutterstock

경기지역 모 세무서 소속 남성 5급 공무원

부하 성추행·성희롱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돼

“피해자 의심·비방·따돌림 등 조직 내 2차 가해 심각”

경기 지역 한 세무서 소속 남성 공무원이 하급자인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성희롱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해자는 범행을 경찰에 신고한 뒤, 일터에서 괴롭힘과 불이익 등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이 세무서에서 일하는 30대 여성 공무원 A씨는 지난 9월 27일 부서 회식에 참여했다가, 직속 상사인 50대 남성 5급 공무원 B씨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13일 여성신문이 검찰, 해당 세무서 등에 확인한 사실과 피해자의 진술을 종합한 내용이다. 

 

 

경기 지역 모 세무서에서 일하는 9급 여성 공무원 A씨는 지난 9월 27일 부서 회식에 참여했다가 직속 상사인 5급 남성 공무원 B씨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이튿날, A씨가 동료 공무원과 나눈 대화를 이미지로 재구성했다. ⓒ여성신문
경기 지역 모 세무서에서 일하는 9급 여성 공무원 A씨는 지난 9월 27일 부서 회식에 참여했다가 직속 상사인 5급 남성 공무원 B씨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이튿날, A씨가 동료 공무원과 나눈 대화를 이미지로 재구성했다. ⓒ여성신문

B씨는 이날 회식 자리에서 “여자는 25살 전까지 싱싱하고 그 후에는 맛이 간다” “예쁜 여자는 보고만 있어도 같이 일할 맛이 난다” “여자들끼리는 시기 질투하니까 붙여놓으면 일이 안 된다”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여직원들을 하나씩 지목해 “○○는 다리가 예쁘다” “너는 유부녀인데 아직도 처녀같이 예쁘냐” 등 성희롱 발언도 했다.

2차 노래방에 가서도 B씨는 다른 남성 공무원에게 “분내가 그립습니다. 저희라도 도우미 불러서 따로 놀까요”라고 하는 등 추잡한 언행을 계속했다고 한다. 당시 노래방에 동행한 9명 중 4명이 여성이었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가까이 오라고 해 강제로 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A씨를 끌어안고 손, 허벅지, 볼 등을 만지면서 귓속말로 “내가 널 총애하는 거 알지” “널 볼 때마다 아주 우리 집사람 생각이 난단 말이야. 아주 이뻐” “오빠가 인사 잘 봐줄게. 내가 너 탄탄대로 걷게 해준다. 오빠만 믿어”라고 했다. B씨는 피하는 A씨를 따라다니며 계속 추행했고, 다른 팀원들이 말린 뒤에야 그만뒀다. 노래방 내부엔 CCTV가 없어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없지만, “동석한 직원 7~8명이 그 상황을 목격했다”고 A씨는 말했다.

피해자가 문제제기하고 경찰에 신고했더니

의심·비방·따돌림 등 조직 내 2차 가해 이어져

가해자와 피해자 공간 분리도 안돼

“검찰이 수사중이니까” 이유로 내부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서장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조처는 다 했다”

피해자는 사건을 조직과 경찰에 고발하고 정당한 피해 구제를 받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했다. 돌아온 것은 예상치 못한 따돌림과 심각한 2차 피해였다. 

회식 다음날, A씨는 동석했던 다른 남성 상사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오늘은 조퇴하고 조용히 지나가라”는 답변만 들었다. B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격려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고 어깨와 팔만 토닥였다. 과한 스킨십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세무서장도 A씨를 의심하고 질책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서장은 A씨에게 “객관적 증거가 있나? 한쪽 의견만 듣고 단정 지을 순 없다” “내가 아는 B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A씨를 아끼는 사람이다” “이건 조직 내부의 일이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문나면 다 힘들어져. 더 소문내지 말고” 라고 말했다. 

A씨는 경찰에 이 사건을 신고했다. 담당 경찰서는 해당 부서 공무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후, 지난 3일 B씨를 기소 의견으로 해당 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현재 해당 지검 여성아동범죄전담부 검사가 사건을 맡아 수사 중이다. 

경찰 신고 이후 한 달간은 A씨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그는 아직 B씨와 한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다. 부서 변경을 요청했다가, “정기 인사 시즌도 아닌데 부서를 옮기면 부정적인 소문이 돌아서 피해자만 힘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철회했다. 타 지역 세무서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가 조직 내 갈등에 처하며 또 철회했다.

 

사건 직후 세무서 내부와 관할 지방청 등 소속 공무원들의 온라인 메신저 대화방에는 피해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유포됐다고 한다. ⓒA씨 제공
사건 직후 세무서 내부와 관할 지방청 등 소속 공무원들의 온라인 메신저 대화방에는 피해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유포됐다고 한다. ⓒA씨 제공

일터엔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과 악의적 비방이 퍼졌다. 조직 내 단톡방에 비방 메시지가 유포된 정황도 나왔다. A씨는 “서장과 B씨가 다른 공무원들 앞에서 “(A씨가) ‘을(乙)’ 짓을 한다” “세무서 전체가 A씨 눈치를 본다. 그 직원 보통이 아니다” “여직원 앞에서 친한 척도 못하겠다”고 하는 등 저를 음해했다더라. 서장은 B씨에게 “줘도 안 먹을 애를 괜히 건드려가지고, 예쁜 애면 몰라도”라고까지 했다더라”고 밝혔다. 서장은 13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사건 발생 후 거의 두 달이 흘렀지만, 이 사건에 대한 별도의 내부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 법령에 의해 다른 기관에서 조사 또는 처리중이거나, 피해자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때에는 조사를 중지할 수 있다”는 국세청 성희롱 예방지침 8조 4항 때문이다. 세무서와 관할 지방청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A씨를 위한 추가 조처를 할 계획이 없다. 서장은 “관계자들을 면담해 상황을 파악하고, 피해자 상담과 요청 확인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조처할 것이다”라고만 말했다. 

우울증과 불면증 시달리는 피해자

“침묵하는 동료와 상사들에 서운하고 화나”

대외 위상과 위계질서 중시하는 공직사회 문화

피해자 입 막는 또다른 사례 될까 우려

“이건 여성인권 문제...말 못하는 여자들 얼마나 많을까”

A씨는 우울증, 불면증, 대인기피증, 분노조절장애 증세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병가를 신청하며 사유를 ‘상사에게 위계에 의한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고 썼더니, 담당자가 “이렇게 쓰면 A씨가 힘들어진다”며 수정을 요구해 “개인 질병”으로 바꿨다. 그는 “동료와 상사들이 범행을 방치했다는 점이 너무 서운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모두 침묵하고 있어요. 내부에서 압력을 받는 듯해요. 저와 친했고, 제가 피해 사실을 말하자 위로해준 사람들이 이젠 제가 보낸 안부 카톡도 무시해요.” 

최근 한샘, 현대카드 등 잇따른 직장 내 성폭력 사건으로 사건 처리와 피해 구제 절차가 강화되고 있지만, 공직사회 내 성희롱 사건은 아직도 베일 속에 가려졌다. 대외적 위상과 수직적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공직사회 문화는 피해자를 ‘트러블메이커’로 만든다.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잘못된 편견, 조직의 안정성을 문제 해결보다 중시하는 분위기도 피해자의 입을 막는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소속 585명의 응답자 중 1가지 이상의 성희롱 행위를 경험한 사람이 7.4%로 민간 부문(6.1%)보다 많았다. 피해 사실을 알리고 공식적으로 대응한 경우는 드물었다. 성희롱 관련 업무 담당자 3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3년간 성희롱 사건이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응답률이 국가기관 94.9%, 지방자치단체 89.8%에 달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A씨는 증거를 적극 모아 직접 공론화에 나섰다. 지난 주말 온라인 커뮤니티에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그간의 이야기를 꽤 자세히 털어놓았다. 댓글이 550개 이상 달렸다. 많은 이들이 그를 지지하고 격려했다.

그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에도 사건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다.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 문제라고 생각해요.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해 말 못 하고 사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대부분 마음속에 묻어두고 사는 것 같아요. 공무원 조직에서도 이러는데 사기업은 얼마나 심각할까요? 일반 범죄는 피해자가 동정을 받고 가해자가 손가락질을 당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성범죄 피해자라는 이유로 인격과 외모에 대한 비방을 당하고 있어요. 왜 그래야 하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