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경찰로서 생활관련 치안사무

담당하는 치안경찰은 ‘여성의 경찰’

자치경찰 관련 위원회에 여성 할당제

도입해 여성들이 운영에 참여해야

 

여경 창설 기념식에 참석한 여경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경 창설 기념식에 참석한 여경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방자치는 자치경찰에서 시작됐다. 지방자치는 왜 시작했는가? 7~8세기 지방자치의 본가인 영국도 중앙정부가 걸핏하면 국가 간, 지방 간 싸움으로 주민들의 안전과 삶에 관심 둘 여력이 없었다. 때문에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은 불법과 위협에 늘 노출됐다. 지방자치는 바로 지역주민들이 불안한 중앙정부에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맡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키자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치한 조직이 자치경찰인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출발이 자치경찰의 출발인 셈이다.

자치경찰은 이러한 목적으로 출발했지만 그들은 경찰로서의 의무를 수행할 기술도, 조직도, 심지어 재정도 없었다. 이 어려운 환경에서 나타난 조직이 자치경찰의 원조인 자경단이었다. 자경단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지역을 스스로 지키는 조직이다. 자경단은 조별로 순찰구역과 시간을 정하여 지역치안사무를 수행했다. 비용도 스스로 부담했다. 당번인 경우 참석하지 못하면 비용을 부담했다. 자경단장은 처음에는 지역의 귀족이 맡았지만 곧 주민들의 선거에 의해 선출됐다. 지방자치의 전형이다. 영국에서는 지금도 자치경찰대장을 자경단장의 그 당시 명칭인 ‘Constable’로 쓰고 있다. 자경단의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자경단원 이외의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을 만큼 자경단에 협조할 의무와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자치경찰 출발은 지역의 치안을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지켜내는 지방자치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방자치의 목적으로 출발한 자치경찰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실시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나라치고 자치경찰을 실시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국가경찰이 지역치안까지 모두 독점해 있는 것이 한국경찰의 특징 중 하나다. 실시 동기야 다 다르지만 정부마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중요 정책과제로 삼아 추진해 왔다. 문재인 정부도 역대 정부처럼 국정 중심과제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경찰 도입 단위는 광역자치단체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을 국가 경찰로 이관한다는 전제 하에 출발하고 있다. 물론 검찰이 경찰로 수사권을 이관하지 않으면 자치경찰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 검찰이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면, 국가경찰은 지역치안에 관련된 사무들을 지방자치단체로 과감하게 이관해 국가경찰의 비대화를 막게 된다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사자인 국가경찰에게 자치경찰방안을 제시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경찰청은 경찰개혁위원회 한 분과로서 자치경찰분과위원회을 두어 자치경찰 안을 만들었고 11월 7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자치경찰은 도입 단위가 과거 기초자치단체에서 광역으로 바꾸었다는 점 외에 자치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한 점도 역대 정부와 큰 차이다, 권한도 제주자치경찰보다 훨씬 많다. 숫자로 말하면, 제주자치경찰의 권한 보다 2-3배 이상이다. 가정폭력, 학교폭력을 비롯한 생활과 관련된 치안사무가 대대적으로 자치경찰로 이관되고 있다. 자치경찰 인원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정치적 중립은 민간인으로 구성된 자치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을 관리하며, 본부장의 공모, 인사위원회의 독립 등을 통해 정치적 중립 장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방분권의 정신을 살려 주민과 가장 가까운 정부인 기초자치단체에 일선 집행기관으로서 자치경찰대를 설치할 것이다.

현재 강력범죄의 희생자 중 89%가 여성이다.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안전한 국가라는 평가와는 너무나 수치스러운 비율이다. 국가경찰을 비롯해 자치경찰이 여성범죄 예방을 위한 아무리 강력한 장치를 둬도 이 비율을 급속하게 줄이기는 불가능하다. 여성 스스로 치안사무에 직접 관여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자치경찰은 예방경찰이라는 점 과 생활관련 치안사무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여성의 경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여성들은 자치경찰에 관련된 위원회 등에 여성할당제를 강력하게 요청해 자치경찰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일에서부터 자치경찰의 활동을 평가하는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야 한다. 그래서 자치경찰을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경찰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여성계의 결기가 있을 때 여성을 비롯한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사회약자들이 일방적인 범죄대상에서 지역치안을 주도하는 집단이 될 것이다. 이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양영철 교수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경찰개혁위원회 자치경찰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참여정부에서 지방자치경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시작으로 역대 정부의 자치경찰안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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