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감장에 위장형 몰카 설치해

디지털 범죄 심각성 알려 화제

“정권 교체로 여성 권익

향상 현실화되고 있어”

차별로 왜곡된 차이 바로

잡은 과정이 여성인권 역사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청장님은 몰래카메라 피해 경험이 있으신가요?”

지난 10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장.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이철성 경찰총장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 총장이 “잘 모르겠다”라고 답하자, 진 의원은 즉석에서 영상을 틀었다. 그러자 국감장에서 답변을 하는 이 총장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진 의원이 국감장에 탁상시계와 생수 병 모양의 위장형 몰카를 설치해 촬영한 것이었다. 진 의원은 이렇게 기발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몰카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 장면은 올해 국감에서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만 하다. 지난 여름 ‘몰래카메라 예방법’을 발의한 진 의원의 국감 아이디어는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었다. 2년 전 대규모 음란물 유통 사이트 ‘소라넷’ 폐쇄를 주도했던 진 의원은 “몰카는 소라넷 폐쇄와 연속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2년 전 소라넷 폐지 청원에 8만 명 넘게 참여했는데 뒤늦게 살펴보고 문제제기를 했어요. 경찰에서 계속 수사를 해왔는데 공교롭게도 그때 상황이 진전됐고요. 소라넷에 주로 유통되는 몰카 피해자의 98% 이상이 여성이에요. 그 후로 몰카 문제를 고민해왔고 입법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몰카 판매금지 입법 청원을 맡았어요. 사이트 최다인 1만8000명이 참여했고 제 트위터나 의원실에도 많은 민원이 들어왔어요. 문제가 다 연결돼 있어요. 장기적으로 집중해서 해결해야할 지난한 문제예요. 계속 문제 제기해야 합니다.”

진 의원은 300명의 입법가 중 특히 인권 분야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대변해줄 것으로 기대 받아왔다. 인권변호사로 활약해 온 그는 2012년 국회에 들어와서도 전면에 나서서 여성 인권을 비롯해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생활동반자법을 연구하는 등 약자를 위해 일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용산에서 직접 구입해 국정감사 당시에 사용했던 생수물병 형태의 몰래카메라를 설명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용산에서 직접 구입해 국정감사 당시에 사용했던 생수물병 형태의 몰래카메라를 설명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근 여성인권에 대한 국민적 문제 인식과 성평등 요구는 크게 높아지면서 변화하고 있지만 의회와 정당은 변화에 동떨어져있다는 비판이 많다. 국회의원 비율로 평가하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193개국 중 112위에 머물고 있다(국제의회연맹). 6년차 국회의원인 그는 정치권 내부의 성평등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까.

진 의원은 “가족법 제도, 성폭력 문제, 일·가정 양립 등 여성 인권은 굉장히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면서도 “정보 발달로 외국과의 비교가 동시대적으로 비교되면서 우리가 발전해온 시기적인 차이에 비해 사람들의 의식 수준 성숙도나 기대 수준이 높아진 게 아닌가 생각 든다. 어떻게 조율을 할 것인가가 고민이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도 여성문제에 대단한 진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권 교체가 여성 권익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역할을 할 거라고 자신있게 얘기했고, 현실이 되고 있어요. 내각 여성 32% 달성은 어마어마한 일이에요. 앞에서 견인이 되면 당 내에서도 변화가 눈에 띄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미애 당대표가 대변인·정책위 등 당직자 비율을 50%에 맞추려고 노력해 어느 정도 도달했어요.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6년째 맡고 있기도 한 진 의원은 경찰 개혁도 독려하고 있다. 최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순경 남녀분리 모집제도 폐지를 권고했으나 경찰청은 ‘물리력’을 이유로 거부했고,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은 “경찰 측은 직역의 특수성이라는 게 어느 정도 있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문제”라면서 “차이를 차별로 왜곡했던 것들을 바로 잡아온 과정이 여성인권 향상의 역사”라고 덧붙였다.

진 의원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으로도 8월에 합류해 활동 중이다. 개헌 논의가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되면서 기본권 문제가 덜 다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그는 “일반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강하게 미치는 것이 기본권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이어 “논의 시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이 이어져 정치구조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맞물려 집중되면서 굴절돼있다”며 “최선을 다해 바로잡아보겠다”고 덧붙였다.

개헌과 관련해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단체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개헌과 관련해 전국 토론회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무산되거나 그 문제(동성애)에 대한 일정한 입장을 가진 분들의 발언만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아쉽다”며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 의원은 지적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인권에 목소리를 내는 의원으로서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입장도 들려줬다. “더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게 진 의원의 의견이다.

“간통죄 폐지나 결혼한 여성의 상속재산 비율 등 각종 변화를 보면 낙태죄도 하루아침에 바뀔 거라고 기대할 순 없었어요. 제가 변호사가 된 1999년 당시에도 한창 논쟁이었는데 이후로도 계속해서 제기돼왔죠. 이번에 놀라운 건 여론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거예요.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봅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정책 사안이 아니라 입법 사안이라고 했는데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정책이 입법이고 입법이 정책이잖아요.”

의회 내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인 진 의원은 페미니즘과 동성애를 혐오하는 이들의 표적이 돼왔다. 현실정치인으로서 어떻게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는 “사람들과의 공감 능력에 기반한 삶의 과정”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여성 정치인이라는 위치에 있으면 소신대로 할 것인가, 아니면 각을 덜 세워서 사람들을 넓게 온화하게 포용하고 만날 것인가 복잡한 선택과 결정을 항상 요구받는 느낌이에요. 특히 이 문제는 더 그런 듯해요. 저는 ‘페미다’, ‘아니다’가 아니라 제 삶에서의 경험을 전제로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감수성을 계속 키우고자 노력해왔던 게 변호사로서, 정치인으로서의 삶이라 생각해요. 한 인간으로서 어떤 삶의 방향을 갖고, 내가 왜 정치를 하느냐는 물음을 놓치지 않으려는 과정이죠. 남혐·여혐의 격렬한 논쟁 속에서도 그 물음의 끈을 붙잡고 저의 결정과 행동을 정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이자 소수자 인권에 앞장서온 진 의원의 행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진 의원의 말 한마디가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사무실로 항의전화가 많이 와요. 상처도 많이 받아요.” 기대가 큰 만큼 요구도 많은 법. 지금 그에게는 따뜻한 응원과 지지가 더욱 필요해보였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약력

1967년생 △1984년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 합격 △1999년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1999~2005년호주제 위헌소송 공동변호인단 △2004~2006년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 △2012년 19대 국회의원 당선(비례대표) △2012년~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2012년 국회 아동ㆍ여성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 △2013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서울 강동구갑) △2016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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