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대한민국 성 격차의 부끄러운 자화상
[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대한민국 성 격차의 부끄러운 자화상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7.11.08 11:43
  • 수정 2017-11-08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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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 격차 지수 118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 심각

제도 개혁·인식 전환 이뤄져야

 

 

우리 사회의 성 격차 해소 노력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발표한 ‘2017년 세계 성 격차 지수(GGI, Gender Gap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0.650점으로 118위를 차지했다. 성 격차 지수가 1이면 완전 평등, 0이면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한국은 교육적 성취(.960점), 건강과 생존(.973점) 부문에서는 상당히 평등한 수치를 보여주었으나 경제 참여 및 기회(.533점), 정치적 권한 부여(.134점) 부문에서 아주 불평등해서 최하권에 머물렀다. 경제 참여 및 기회에서 유사노동 동일 임금, 추정소득, 입법자, 고위 임원 관리자 지표에서 바닥을 보였다. 정치권 권한에서는 의원 여성 비율과 내각 여성 비율 지표에서 지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GGI는 14개 지표로 측정하는데 3개 지표는 순위가 전년과 같았고, 4개는 올랐으며 6개는 하락했다. 오른 지표는 유사업무 임금성비, 전문직, 장관 비율, 국가수장 재직 기간이었다. 하락한 지표는 추정소득, 초등학교 및 중등학교 취학률, 출생성비, 국회의원 비율이었다.

한국의 GGI가 개발도상국, 중동, 이슬람 국가보다도 순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GGI는 다른 지수와는 달리 세 가지 관점에서 측정되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첫째, 각 국의 개발 수준(development level)이 아닌 성별 차이(gender gap)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GGI가 하위권이라고 해서 한국의 절대적인 여성 인권 수준이 하위권이라는 뜻은 아니다. 둘째, 투입된 자원이나 도입된 정책 등이 아니라 실제로 드러난 성과를 기준으로 측정한다. 현재의 격차 수준을 보여주고 여성이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보기 위한 것이다. 셋째, 여성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이 주어지는가 보다는 남녀 사이의 권한의 차이가 얼마나 적은가를 측정한다. GGI의 이런 특징으로 인해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 Gender Inequality Index)와는 순위 면에서 극과 극을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의 GII 순위는 20위권에 포진돼 있다. GII의 근거가 되는 지표는 모성사망비, 청소년 출산율, 국회의석 중 여성의원 성비, 중등교육 이상 교육을 받은 인구비율, 그리고 경제활동참가율 등 다섯 가지다. 따라서 GGI와 GII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한가하게 GGI와 GII 중 어느 지수가 한국의 현실을 잘 반영하는지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추세를 보면 성 격차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GGI에 따르면, 2011년 107위, 2012년 108위, 2013년 111위, 2014년 117위, 2015년 115위, 2016년 116위, 2017년 118위로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성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여성의 정치적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현실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30% 할당, 공직선거법 개정 등에 대한 입법화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여성의 경제 참여 및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담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취업, 임금, 승진에서 여성이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동과 돌봄 영역에서 성차별을 극복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뤄져야 한다. 성 격차 지수가 상위인 국가의 출산율이 2.0에 가깝고, 여성 고용률이 60% 이상이 될 때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연구 결과는 대한민국과 같이 초저출산 사회가 왜 성 격차를 줄여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셋째, 제도 개혁 못지않게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양성 평등이 이미 이뤄졌고, 양성평등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며, 젠더 이슈는 그리 절박한 것이 아니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언컨대,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위상에서의 불균형이 결국 정치참여에 있어 불균형 관계와 연관이 있다. 여성의 권력 확대를 위해 성평등 문제가 사회에서 중요한 어젠다로 자리 잡아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사회 전 방면에 걸쳐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성가족부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서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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