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결산] 여성 목소리 컸지만 정책은 안보였다
[국정감사 결산] 여성 목소리 컸지만 정책은 안보였다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7.11.07 22:29
  • 수정 2017-11-12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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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첫 국감 마무리

몰카, 직장 내 성희롱부터

KTX 해고 승무원 복직까지

다양한 여성 이슈 다뤄졌으나

‘정책 국감’과는 거리 멀어

 

‘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10월 12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문재인 정부 첫 국감은 예년과 달리 4당 체제로 진행되면서 극단적인 대립이 줄었다는 게 전반적인 평이다. 여성 이슈는 전 분야에 걸쳐 있는 만큼 여성가족위원회 외에 17개 상임위원회에서도 감시가 이뤄졌다. 각 상임위에선 여성 의원을 중심으로 몰래카메라, 직장 내 성희롱 등 젠더폭력 이슈부터 여성 생리대 안전, 낮은 여성 대표성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다양한 의제가 다뤄졌으나 정쟁과 자유한국당의 국감 보이콧 등으로 여야가 약속한 ‘정책 국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청장을 상대로 촬영한 몰래카메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13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진행된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의 화면에 이철성 경찰청장의 모습이 나타나자 참석자들이 술렁였다. 진 의원이 경찰청장 맞은편 자리에 탁상시계 모양의 몰래카메라를 미리 설치해 촬영했으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진 의원은 “위장형 카메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고 일상생활에 노출돼 있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를 하던 중 물병 형태의 몰래카메라를 들어보이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를 하던 중 물병 형태의 몰래카메라를 들어보이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한 국감은 생리대 안전에 대한 문제 제기보단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실험을 실시한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 사이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자리로 변질됐다. 김상훈 한국당 의원은 생리대 피해사례 모집 과정의 문제점을, 윤종필 한국당 의원은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 선정방식을 질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가격 인상 관련 꼼수 문제를 제기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군사법원 국감에서 군의 국방 인사관리 훈령에 26조4 여군 배치 제한부대 조항 등 성차별적인 내용을 지적했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가스안전공사(박기동 전 사장 구속)가 여성 고용을 줄였음에도 노동부에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이행했다는 허위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문제를 지적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대검찰청 국감에서 문무일 검찰청장을 상대로 남녀고용평등법의 불이익조치 금지 조항을 위반한 르노삼성자동차에 대해 검찰이 4년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의혹을 지적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 역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르노삼성자동차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지적했다.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소속 강사 5명이 교육생들에게 한 성차별 발언과 이후 진행된 대응 과정의 문제 지적했다. 신보라 한국당 의원은 최근 5년간 성희롱 피해자가 산재로 인정받은 것은 17건뿐이라며 산재 승인 제고 대책을 근로복지공단에 요구했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이 대전시교육청 국감에서 대전 모 중학교의 교사 상대 한 중학생들 집단 자위행위 사건을 지적했고 신동근·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교육청이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정감사에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을 붙이고 질의를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정감사에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을 붙이고 질의를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모바일앱 심의 제제에서 성매매·음란 정보가 가장 많았으며 지난 2015년 141건에서 2016년 760건으로 5배 가량 증가했고 올해도 372건이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아프리카TV BJ들의 선정적·폭력적 행위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BJ의 문제 시 징벌과 규제 방안을 요구했다.

깨지지 않는 유리천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현재 한국당 의원은 한국은행 3급 이상 관리직 중 여성은 2.1%에 불과하다고 비판했고,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전국 대학 교수 중 여성 보직교수 비율은 15.7%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11년째 복직 투쟁 중인 KTX 해고 승무원 이슈도 다뤄졌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민영화를 반대하다 해고된 철도 노동자들의 복직 요구와 함께 KTX의 자회사 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거부에 반발하다 해고된 승무원들의 고용을 요청했다.

 

엉터리 답변 vs 모범 답변

한편 의원들의 분노를 산 엉터리 답변도 나왔다. 이용득 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통신부 산하 손말이음센터의 성희롱·저임금·고용불안 문제 지적했고, 홍영표 환노위 위원장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은 문제를 지적하자 센터를 관리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서병조 원장은 “그렇다, 서로 주장이 갈린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정미 정의당 의원, 한정애 민주당 의원, 임이자·신보라 한국당 의원은 일제히 “가해자가 처음부터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비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유리천장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자 “당시 신입 직원에 여성의 비율이 적어서"라고 해명해 문제 해결에 소극적 인식을 드러냈다.

반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앞선 인식을 드러냈다. 군대 내 성차별적 조항과 여군의 어려움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던 중 “출산과 관련해 근무 단절한 2년 기간을 근무한 것보다 출산이 더 큰 점수를 주게 해서 진급에서 열외 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감 과정에서 성희롱도 발생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외숙 법제처장에게 한국당 정갑윤 의원은 김 처장의 목소리가 작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인 선발대회 아니니까 마이크 바짝 대고, 큰 소리로 답변하라”고 말해 성희롱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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