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경찰 조직과 여성 경찰’ 좌담회

창설 71년 ‘여성 경찰’

전체 경찰의 10.8% 불과

10명 중 9.5명 이상 하위직

체력 약하고 편한 일만 한다?

육체적 능력은 치안 역량에

결정적인 요소 아냐

‘여성혐오’ 인 줄 모르는

경찰의 ‘젠더 의식’ 바뀌어야

 

‘성평등한 경찰 조직과 여성 경찰’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경찰이 진정한 ‘인권 경찰’ ‘민생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평등하고 차별없는 경찰 조직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경찰 조직이 달라지기 위해선 ‘페미니스트 경찰관’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평등한 경찰 조직과 여성 경찰’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경찰이 진정한 ‘인권 경찰’ ‘민생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평등하고 차별없는 경찰 조직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경찰 조직이 달라지기 위해선 ‘페미니스트 경찰관’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며 경찰의 길을 선택한 여성 경찰(이하 여경) 1만2611명(6월 기준) 시대를 맞았다. 언뜻 많아보이지만 전체 11만명이 넘는 거대 조직인 경찰 안에선 고작 10.8%에 불과한 숫자다. 영국 27%, 캐나다와 프랑스 20%와 비교해서도 매우 적다. 이 마저도 95%는 경위 이하의 하위직에 몰려있다. 경무관은 단 2명, 총경은 13명에 그친다. 여성 치안정감과 치안감은 전무하다. 10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뚫었지만 근거 없는 고정관념에 묶인 성별 분리 모집 탓이다.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 속에서 여경은 소수로서 핵심 업무에서 배제되는 ‘유리벽’과 고위직에 오르지 못하는 ‘유리천장’에 가로 막혀있다. 성희롱과 성폭력을 경험하고, 경찰의 핵심 업무에 부적합하다는 편견에 시달리며 중첩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경찰청은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일부 성평등 제고방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순경 남녀 통합 모집’안은 결국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살수차·차벽 무사용 원칙,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까지 수용했던 경찰이 유일하게 남녀 통합 모집 안은 거부한 것이다. ‘신체 능력 차이로 인해 여경이 급격히 늘면 치안력이 약화돼 국민이 불안하다’는 게 경찰청의 입장이다.

경찰개혁위원회가 최근 권고한 ‘성평등 제고방안’ 작성을 주도한 문경란 전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위원장(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과 함께 이은애 경찰청 피해자보호담당관실 계장(경정), 이지은 서울 연신내지구대장(경정), 김보람 서초경찰서 교통안전과 경장 등 현직 경찰관이 여성신문사에 모였다. 이날 경찰들은 경찰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에 대한 평가와 함께 여성 경찰을 향한 왜곡된 고정관념에 대해 답했다. 수십년 째 반복되는 똑같은 물음에 한숨을 짓기도 했지만 성평등 제고방안 권고안을 토대로 달라질 조직 내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경찰이 진정한 ‘인권 경찰’ ‘민생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평등하고 차별없는 경찰 조직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경찰 조직이 달라지기 위해선 ‘페미니스트 경찰관’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 시: 11월 3일 오후 7시 여성신문사

좌 장: 문경란 전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위원장

참가자: 이은애 경찰청 피해자보호담당관실 계장(경정), 이지은 연신내지구대장(경정), 김보람 서초경찰서 교통안전과(경장)

 

 

문경란 전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위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경란 전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보호분과위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경란 위원장(이하 문) “경찰개혁위원회 발대식 날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날 모인 경찰 간부 50여명이 전부 남자였다. 개혁위 회의 때도 여경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찰이라는 권력 기관의 고위직은 모두 남자들 차지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1만3000명, 10.8%인 여경들은 어디에서 뭘하고 있는 지 궁금했다.”

이은애 경정(이하 은) “95%가 경위 이하의 하위직에 몰려있다. 97년 여경이 전체 경력의 1.7%였을 때 입직했는데 20년간 9% 정도만 늘은 거다. 여전히 의사결정직에 오르는 여성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지은 경정(이하 지) “유리천장 뿐 아니라 유리벽도 여전하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경비부터 정보, 감찰에 이르기까지 각 부서에 여성들이 배치돼있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서 대부분 핵심 업무에선 배제되고 보조적인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감찰 부서의 경우, 실제 감찰 업무는 남경이 맡고, 여경은 민원실에 있는 경우가 많다.”

“핵심 업무를 맞지 못하는 유리벽이 있기 때문에 유리천장도 생긴다. 여경이 늘고 있으니 자연스레 여성 고위직도 늘어날 것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면 일시적으로 적극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우선 업무 배치를 성평등적으로 해야한다.”

김보람 경장(이하 김) “지난해 대구 여경 경쟁률이 300대 1에 달했다. 평균 남경 경쟁률보다 2배 이상 높다. 경쟁률이 높은 원인은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호하는 것도 있지만 워낙 여경을 적게 뽑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경을 적게 뽑는만큼 응시자들의 지원 동기는 더 간절했다. 경찰 시험을 준비하면서 스터디를 했는데 그때 본 남자 지원자들보다 여자 지원자들이 정말 경찰이 되고 싶어서 도전한 경우가 더 많았다.”

능력 아닌 성별에 따른 분리 모집

 “현재 여경은 평균 9~13% 가량 뽑는다. 문제는 이 비율에 특별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보통 성별 분리모집은 여성에 대한 적극적 조치의 일환으로 시행되는데 현재 경찰의 여경 분리모집은 여경의 비율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경찰청은 여성이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여경이 늘어나면 치안력이 약화된다는 이유로 여경 비율 제한하고 있다. 주취자나 강력범을 검거할 때 여경은 역부족이라고 걱정하는 시민들도 있다.”

“태생적으로 성별에 따른 체력의 차이는 인정해야겠지만 꾸준히 체력 관리를 하는 여경 선·후배들이 많다. 주취자나 강력범을 주로 다루는 형사과나 지역관서에서 근무를 하며 ‘10명의 남경들보다 1명의 여경이 낫다’라고 인정을 받으며 적극적으로 열심히 근무를 하는 선·후배들을 많이 봤다. 소수의 개개인의 잘못된 부분을 전체의 문제로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경찰의 문제는 주로 과도한 법 집행, 법률 오적용,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 조직내외 성추행 등이 문제다. 경찰관의 체력 문제, 더구나 여경의 체력이 문제가 된 사례는 언론에서 본 적이 없다. 물론 여경이 남경보다 체력이 약해서 현장 조치가 신속하지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여성 주취자 보호, 여성 피의자 검거,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여성 조사 등 여경이 반드시 필요하거나 시민이 여경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지구대에는 각 팀별 여경이 한명씩 있는데 팀원들에게 가장 같이 일하기 싫은 직원 한 명을 뽑으라고 하면 단언컨대 그 여경을 꼽지는 않을 것이다. 갑질하는 선배, 현장나가도 늘 뒤로 빠져 있는 소극적인 직원, 조치 요령을 몰라 어리버리한 동료를 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여경이 필요 없다더라’ ‘남경은 물론 여경도 여경과 같이 근무하는 것을 싫어한다’와 같이 근거도 없이 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발언이 여성혐오 발언이라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여경과 남경이 파트너로 순찰을 돌 때 여경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남자들끼리는 편하게 할 수 있는데 여자들에게는 한 마디 하기도 조심스럽고 불편하다는 거다. 결국 자신들이 같이 일하기 싫다는 것을 여경의 자질 문제로 만들어 버리는 것 아닌가 싶다.”

 “경찰대 입시전형 중 체력검사의 비중은 5%에 불과한데, 현장에서 체력을 요하는 일이 많은가.”

“집단폭행 등 강력사건, 집회·시위 등 경비 업무에서는 체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게 경찰 업무의 전부는 아니다. 체력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경찰관으로 필요한 기준에 체력 검사 비중을 높이면 되지 않나. 현재 윗몸 일으키기를 몇 개 이상 하고, 몇 초 안에 100m를 통과해야 하는 지가 체력 검사의 기준인데, 이게 현실에 잘 맞느냐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경찰 시험에서 차량 문을 얼마나 빨리 여는지, 몇분 동안 트렁크에서 잠복하느냐 등으로 경찰관의 직무 능력을 평가한다.”

“치안 유지에 대한 프레임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언제까지 경찰의 체력에 의존해 치안을 유지할 수 있을까. 치안은 법과 적절한 장비 등으로 유지해야 한다. 만약 여경을 계속 적게 뽑고 싶다면 합리적인 차별의 이유를 입증해서 법률로 규정을 만들고 그 법률에 근거해 채용하면 되지 않나(법률유보의 원칙). 지금처럼 아무런 근거 없이 여경 채용 비율을 10% 수준으로 정하는 방식은 멈춰야 한다.”

 “일부에선 여경들은 편한 일, 쉬운 보직만 하려고 한다는 비난도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이왕 지구대 업무를 할 거라면 가장 바쁜 지구대에 근무하고 싶어 112신고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홍익지구대장에 지원했지만 뽑히지 않았다. 이유 중 하나가 나이 어린 여자가 홍익지구대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거였다. ‘남자가 스펙’이라는 말이 떠오르더라. ‘여경이 편한 보직을 원한다’는 한 문장 안에는 수많은 이슈가 있다는 사실도 함께 떠올려야 한다. 같은 월급 받을거라면 누구든 편한 보직을 원하는게 공무원 속성인데 늘 여성만 부각되는 현실, 부부경찰이 상당히 많은데 그 커플 중 육아와 가사일에 허덕이는 사람은 주로 여경이라는 현실, 열심히 해보려고 바쁜 곳에 지원했지만 받아주지 않는 현실까지. 이런 상황은 묵인한 채 여경이 핑계를 대고 편한 자리만 찾는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근무시간에 자리비우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정시에 퇴근할 때 ‘내가 이렇게 퇴근해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필요하지 않은 야근을 너무 당연시 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만약 공적인 자리에서 ‘어느 지방 출신은 이래서 안된다’, ‘순경 출신은 저래서 같이 일하기 싫다’라고 말하면 혐오 발언이라며 난리가 날 거다. 그런데 성별을 이유로 ‘여경은 이래서 더 뽑으면 안된다’라는 발언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문화가 만연하다보니 심지어 여경들 스스로도 ‘나랑 같이 일해서 우리 부서가 피해 보는 것은 아닌가’하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거다. 정말 안타깝다.”

“경찰 안에서도 여경이라 누리는 특권이 많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당직이 자주 있거나 새벽출근이나 야근이 잦은 부서에 지원을 하려고 하면 여경에게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니 (해당 직무로) 오지 말라고 한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염려해서 이런 말을 하기 보다는 여경과 근무하기 불편하고 싫어서인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은 특권이 아니라 평등한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른쪽부터) 이은애 경찰청 피해자보호담당관실 계장(경정), 이지은 연신내지구대장(경정), 김보람 서초경찰서 교통안전과(경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오른쪽부터) 이은애 경찰청 피해자보호담당관실 계장(경정), 이지은 연신내지구대장(경정), 김보람 서초경찰서 교통안전과(경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경이라 죄송합니다” 씁쓸

 “경찰개혁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경찰 내에 젠더 관점이나 인식이 없다는 점에 놀랐다. 경찰들은 ‘여경이 할 수 있는 일에 여경이 과포화됐다’고 하더라. 남녀 경찰이 할 일이 따로 있다는 말이었다. 여경들의 주체적이고 조직화된 목소리가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1946년 처음 뽑은 79명의 여경은 소년이나 여성 계몽 등 특정 업무을 위해 채용됐다. 지금은 1만2000여명으로 늘었지만 아직도 특정 업무를 위해 여경을 뽑은 71년 전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0년 전 처음 입직했을 때 들어야 했던 질문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듣고 있다. 언제까지 여경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답하고 증명해야 하는 지 답답할 때가 있다.”

“과에 여경을 배정하면 그 과에선 ‘우리는 여경이나 준다’ ‘또 여경이냐’는 말이 나온다. 흔한 반응이다. 여경들도 무의식적으로 ‘내가 와서 죄송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여경은 섬처럼 떠 있는 존재다. 그 부서에서 대부분 홍일점이다보니 여성들끼리 교류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여경을 꼭 받아야 한다면 형식적으로 한명씩 두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팽배해서 그런지 한 부서에 여경을 둘 이상 두려고 하지 않는다. 한 번은 우리 과 계장 자리에 여자 후배를 추천했다. 본청에 계장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데다, ‘내가(여자가) 있어서 못 들어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워낙 유능한 인재라 추천했다. 하지만 상사는 ‘여자 계장이 한명 있는데 어떻게 한명을 또 받나’라는 반응이었고, 결국 들어오지 못했다.”

“경찰이 너무 하고 싶어 어렵게 들어왔는데 들어와보니 나를 부각시킬 수 있는 자리나 기회가 적은 점이 아쉽다. 그러다보니 이벤트성 경찰 홍보에 여경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라도 자신이 존재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인 거다.”

“내가 궁금한 것은 도대체 그 많은 1등 여경들은 다 어디 갔냐는 거다. 일반 공채는 말할 것도 없고 간부후보생이니 경찰대니 죄다 1~3등이 여경이었는데 지금은 주요 보직에서 그들을 찾아볼수가 없다. 그들이 조직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주변화 되는 것은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조직의 문제일까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이다.

“경찰 조직 내에선 이런 생각을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나 장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 경찰개혁위원회가 여경의 목소리를 대신 내줘서 고마웠다.”

“처음 이번 성평등 제고 권고안을 준비할 때는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이 권고안 내용이 경찰청을 통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권고안이 받아들여졌다. 이제 할 일은 권고 내용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여경들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문 “한 집단에서 소수자가 목소리를 내려면 적어도 15~30% 비율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여경 비율이 일정 비율 이상 늘어나야 경찰 조직 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일정 기간 동안 적극적 조치가 시행되면 여성 관리자가 많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성들에게 모두 투사가 되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적극적 조치를 통해 관리자가 됐다는 점에서 여성으로서 대표성을 가져야 하는 사명감도 당연히 요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같은 생각이다. 다른 조직의 경우 할당제 등의 적극적 조치로 고위직에 오른 경우, 여성으로서 역할과 사명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찰 조직에선 여성의 목소리를 내어 조직문화를 바꿔보려는 노력보다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성중심조직에 순응하는 관리자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제고 방안이 담긴 경찰개혁권고안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제고 방안이 담긴 경찰개혁권고안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이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리더십 교육도 필요하다. 남성인 부하 직원과 대화할 때 충분히 민주적으로 할 수 있지만 간혹 남성 상급자에겐 하지 않는 언사를 보일 땐 ‘여자라서 무시하나’라는 방어기제 발동하면서 권위적으로 행동할 때도 있다.”

 “민주경찰, 인권경찰, 국민의 기본권을 옹호하고 보장하는 경찰이 되려면 조직이 성평등한 조직으로 개혁하는 강력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처음으로 외부에서 경찰 조직을 바라본 것이다. 그동안 조직 안에서 여러 문제를 겪고 지켜보면서 우리사회의 여성혐오가 경찰 조직에도 반영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찰은 남초 조직이고 폐쇄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보다 더 심각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나도 경찰 조직에 순응하려고 했던 건 아닌지 반성하는 기회도 됐다. 사회가 변화하는 것보다 더딘 경찰 조직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직에 비해 더 많은 페미니스트 경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페미니스트 선배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이번 계기로 선후배들이 모여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법 제도를 만드는 것은 쉽지만 문화를 바꾸는 건 어렵다고들 한다. 실제로 제가 지구대장이 되니까 남경들이 여경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실제로 여경이 더 많이 늘어나면 경찰 조직의 문화도 바뀔 것이다. 여성 고위직이 늘어나면 변화도 더 빠를 것으로 본다.”

“5년차를 보내면서 방향성과 목표의식을 조금씩 잃었던 것 같다. 주변 여자 동기들 가운데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는 이들보단 결혼해서 육아에 많이 치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 얘기를 들으면서 선배들이 20년 걸려 가질 수 있는 자리에 나는 5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동안 무채색으로 살아왔는데 경찰이 정말 하고 싶어 들어온 만큼 열심히 해봐야 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성평등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결정권을 가진 경찰 수뇌부가 중요하지만 전국의 여경들의 역할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당사자들이 자신의 문제,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절대 놓지 않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오늘 남성중심 문화를 비집고 나아가는 여성 경찰의 가능성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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