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여자들과 달라 유리천장 뚫어…

여직원한테 커피 타라는 거 기분 나빠하지 말고 좋게 생각해라”  

한국사회의 성차별과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왜곡된 인식 드러내기도

 

강단 위 남성 교수들의 혐오발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숙명여대 여성학 동아리 S.F.A는 지난 9월 27일 대자보를 써 교수들의 여성혐오 발언을 고발했다. 그들은 “이제 대자보 그만 쓰고 싶다. 벌써 몇 번째 이런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는 한탄과 함께 교수들의 문제적 발언을 소개했다.

교수들은 “이 나라 경쟁력은 출산율에서 나오는데 요새 여자애들은 결혼도 안 하고 아주 문제가 많아”라는 등 결혼하지 않는 여성을 비난하고 출산을 여성의 의무인 것처럼 말했다. 

또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여성들이 목소리 내는 것을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 교수는 “강남역 살인사건 때 여성들이 포스트잇 시위하는 것, 여성들이 나서서 말하는 건 좋은데 할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여러분은 법을 공부했으니까 그 사람들보다 논리적인 주장을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이밖에도 교수들은 “여직원한테 커피 타라는 거 기분 나빠하지 말고 좋게 생각해라. 남자가 커피타면 클라이언트가 ‘어이구, 왜 이런 걸 하세요’ 하고 깜짝 놀란다” “회사에서 피해의식 갖지 마라. 남자들도 힘들다. 남녀갈등으로 몰지 마라” “남자들이 일 더 잘 한다. 나는 다른 여자들이랑 달라서 유리천장 뚫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숙명여대 여성주의 동아리 S.F.A가 지난달 27일 학교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 ⓒ숙명여대 여성주의 동아리 S.F.A 페이스북
숙명여대 여성주의 동아리 S.F.A가 지난달 27일 학교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 ⓒ숙명여대 여성주의 동아리 S.F.A 페이스북

 

숙명여대 여성주의 동아리 S.F.A가 지난달 27일 학교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 ⓒ숙명여대 여성주의 동아리 S.F.A 페이스북
숙명여대 여성주의 동아리 S.F.A가 지난달 27일 학교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 ⓒ숙명여대 여성주의 동아리 S.F.A 페이스북

성희롱도 서슴지 않았다. 강의실 앞쪽에 앉은 여학생에게 “나 너랑 사귀어야겠다. 난 너 같은 애 좋아”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근시안적이고 왜곡된 관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성희롱·강간·데이트폭력이 젠더 문제라는 점에 대해) 여자도 성추행 한다. 성폭행은 육체적·사회적 강자가 하는 것이다. 물론 남자가 육체적으로 강하고 유리천장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강하지만 남녀 갈등은 아니다” “데이트폭력은 시원찮은 애들만 한다”고 했다.

고인을 비하하는 발언도 일삼았다. 한 교수는 “최진실 배우가 나를 3번 만났으면 자살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객관적 자아개념을 세워줬을 것”이라며 고인에 대한 모욕적 언사를 거리끼지 않았다.   

이외에도 “여혐 남혐 둘 다 나빠. 어떻게 한남충 같은 말을 입에 담니? 적어도 우리 숙명여대 다니는 학생들은 그런 말 하면 안 돼” “여자애들 공부하러 오면서 학교에 짧은 치마 입고 오는 거 이해가 안 된다. 그게 공부하러 오는 복장이냐” “여혐은 찌질이들이나 하는 거야. 내가 내 아내한테 얼마나 잘 하는데. 나까지 싸잡아서 남혐 하지 마. 잠재적 아군이던 나까지 반발심 들잖아” “이만한 풍요를 누린 시대가 없다. 건방지게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쓰고 싶은 거 다 쓰고…. 요즘 웬만한 중산층 여자들도 다 샤넬 립스틱 명품 가방 갖고 있다” 등의 발언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 측에 △교수·강사진들의 성의식 교육 이수 의무화 △교수·강사진들의 성차별 발언 징계 기구 규정 개편·강화(없을 경우 신설)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S.F.A는 지난 3일 <여성신문>에 “학교 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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