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은 ‘트로이의 여인들’을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고 3일 밝혔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싱가포르 출신의 세계적 연출가 옹켕센을 비롯해 국내외 최고 수준의 제작진이 참여해 준비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초연 당시 전회 객석점유율 90%를 웃돌며 관객과 평단의 호응을 이끈 작품이다. 지난 9월에는 싱가포르예술축제에 초청돼 현지관객으로부터 호평을 얻은 바 있다.

국립창극단은 “창극의 음악적 바탕인 판소리 본연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도록 불필요한 음악적 요소를 걷어내고 소리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소리꾼과 고수가 함께 판을 이끌어가는 판소리 특유의 형식을 살려 배역별로 지정된 악기가 배우와 짝을 이뤄 극의 서사를 이끄는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조명 디자이너 스콧 질린스키를 비롯해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영상과 무대를 맡고, 동양적 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온 브랜드 무홍(MOOHONG)의 디자이너 김무홍이 의상을 제작했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기원전 12세기경에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트로이 전쟁에 대한 신화와 전설을 기초로 쓴 에우리피데스의 동명 희곡에서 출발한다. 극본을 맡은 배삼식 작가는 에우리피데스의 희곡과 장 폴 사르트르가 각색한 동명 작품 등을 기반으로 창극을 위한 극본을 새롭게 썼다.

창극의 이야기는 거대한 목마를 전쟁의 전리품으로 착각해 성 안으로 들인 트로이가 그리스·스파르타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패망한 시점에서 시작한다. 전쟁의 야만성과 비극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살리되, 극한의 비극 속에서 발언 기회조차 없었던 평범한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는 점에서 이전의 희곡들과 차별을 지닌다.

범접할 수 없는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극을 이끄는 헤큐바 역의 김금미를 비롯해 안드로마케역의 김지숙, 카산드라 역의 이소연, 헬레네 역의 김준수 등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욕망에 희생된 여인들을 노래한다.

초연 당시 호응에 힘입어 올해 다시 무대에 ‘트로이의 여인들’은 내년 5월 영국 브라이턴 페스티벌과 런던국제연극제(LIFT) 초청 공연을 통해 유럽에 진출할 예정이다. 국립창극단 관계자는 “유럽 공연 관계자들로부터 판소리가 지닌 강렬하고도 순수한 힘과 현대적 극 형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는 평을 들었다”고 전했다.

창극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예매 문의는 국립극장 홈페이지 홈페이지(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를 통해 하면 된다. 티켓가격 2~5만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