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 2017 성격차보고서 발표

한국 144개국 중 118위…지난해보다 2단계 하락

 

한국이 세계적으로 성 불평등한 국가임을 보여주는 통계 자료가 또 나왔다. 한국의 2017 성 격차지수는 전 세계 144개국 중 118위, 올해도 하위권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정치 분야의 성차별이다. 정부와 기업을 가리지 않고 남성이 고위직을 독차지하고,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는 두 배 수준이다. 여성의 국회·정부 진출률 등 정치 참여율도 세계 평균보다 낮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일 발표한 ‘성 격차 보고서’를 보s면, 한국의 성 격차지수(GGI)는 종합 점수 0.650으로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8위에 올랐다. 지난해 116위보다 두 계단 하락했다. 성 격차지수는 0(불평등)과 1(평등) 사이의 값을 갖는다. 경제활동 참여와 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과 생존, 정치적 대표성 등 4개 지표를 반영한다. 

올해 한국의 성 격차지수는 필리핀(10위), 베트남(69위), 태국(75위), 캄보디아(99위), 중국(100위), 인도(108위), 일본(114위)보다도 낮다. 조사가 시작된 2006년(92위)보다도, 지난해(116위)보다 더 떨어졌다. 

 

세계경제포럼(WEP)이 2일 발표한 ‘성 격차 보고서’ 중 국가별 성 격차 비교 그래프. 한국의 성 격차 지수(GGI)는 종합 점수 0.650으로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8위에 올랐다. ⓒWorld Economic Forum
세계경제포럼(WEP)이 2일 발표한 ‘성 격차 보고서’ 중 국가별 성 격차 비교 그래프. 한국의 성 격차 지수(GGI)는 종합 점수 0.650으로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8위에 올랐다. ⓒWorld Economic Forum

경제활동 참여와 기회 면에서는 121위(0.533)를 기록했다. 특히 성별 임금격차가 컸다. 한국 남성이 여성의 두 배 이상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고, 조직 간부 등 고위직 비율도 남성이 여성보다 약 9배 더 높았다. 육아휴직도 여성이 남성의 약 30배나 더 길게 사용했다고 답해, 여전히 육아는 여성의 일이라는 젠더 편견이 작동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정치적 대표성 부문에선 90위(0.134)를 기록했다. 국회 내 여성 비율, 정부 관료 중 여성 비율 모두 전 세계 평균보다 낮아 각각 97위, 115위를 기록했다. 

교육적 성취 부문에선 105위(0.960)를 기록했다. 초등·중등 교육을 받을 기회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졌으나, 고등 교육부터는 남학생의 비율이 더 높았다(0.765).

건강과 생존 부문에선 84위(0.973)에 올랐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상태로 살아가는 기간)은 전 조사 대상국 중 1위였고, 여성이 남성보다 더 건강하게 살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경제포럼(WEP)이 2일 발표한 ‘성 격차 보고서’ 중 한국의 성격차지수 그래프 ⓒWorld Economic Forum
세계경제포럼(WEP)이 2일 발표한 ‘성 격차 보고서’ 중 한국의 성격차지수 그래프 ⓒWorld Economic Forum

올해 가장 성평등한 국가는 아이슬란드였고, 이어 노르웨이, 핀란드, 르완다,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올해 142개국 중 82개국에서 전반적인 성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지난해보다 58% 늘었으나, 성평등 실현은 아직 요원하다. 다만 건강과 교육 분야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높아져 95%를 상회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활동 참여 기회와 임금의 성평등을 이루려면 217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 참여의 성 불평등이 사라지려면 99년, 교육 기회의 평등을 이루려면 13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성평등 실현에 필요한 시간이 서유럽의 경우 61년, 남아시아는 62년, 남미·카리브해는 79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102년,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128년, 동아시아와 호주 등 태평양 인근 국가에서 161년, 북미에선 168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WEF는 “기업들이 능력 있는 여성들을 고용해 승진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수많은 인재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본주의의 시대는 가고 ‘인재주의’(talentism) 시대가  왔다. 이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은 혁신 역량을 갖춘 인재들에 달려 있다. 여성을 인재 풀에 반드시 포함해야만 하는 시대”라고 분석했다.

한국을 포함한 G20 국가들도 ‘2025년까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현 수준보다 25%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 7월 G20정상회의에선 문재인 대통령 등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충실한 목표 이행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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