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문재인 정부 평가토론회

여성의 경력단절에 초점 맞춘

정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

성별분업, 노동유연화 강화

 

‘촛불혁명’ 이후 탄생한 새 정부가 곧 출범 6개월을 맞는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은 촛불의 요구를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을까? 녹색당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공약과 국정운영 100대 과제, 현재 추진 중인 주요정책을 점검하고, 이후 정치에서 부각돼야 할 주요 의제·정책을 제안하는 ‘문재인 정부 정책점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자신을 페미니스트 정치덕후라 소개하는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 씨가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여성 정책에 관해 발제했다. 그는 현 정부의 정책은 물론, 역대 여성·가족 정책들이 구호와는 달리 여성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고 성차별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2008년부터 실시된 일·가정 양립 정책은 성평등 구현보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해결에 초점을 뒀다. 일하던 여성이 경력을 중단하고 육아에 전념하게 되는 현실을 바꾸려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육아와 노동의 이중 부담을 떠안는 성차별적 사회구조와 인식을 바꾸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간선택형 일자리 정책처럼 당장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임시방편적으로 해결해주는데 집중”했다.

애초에 ‘일’과 ‘가정’을 분리해 보는 게 문제다. 가부장이 홀로 벌어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정 모델, 중산층 핵가족 단위의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이 ‘정상’이라는 믿음이 일·가정 양립 정책의 주춧돌이다. 이 믿음이 “결혼과 임신 출산, 가내 돌봄노동이라는 영역 전체를 ‘자연화’한다”. 하지만 “더 이상 외벌이로는 가내경제를 지탱할 수 없는 시대”다. 자연히 일가정양립정책은 여성에게 일도, 가정도 잘 챙겨야 한다는 “이중부담”을 부과한다.

권김 씨는 일·가정 양립 정책이 오히려 “성별분업을 강화했고, 성차별적 환경을 변화 불가능한 기본조건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또 “가족친화라는 명분하에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유연화를 강화”하고 있다고 봤다.

점차 증가하는 ‘정상가족’ 바깥의 사람들이 여성·가족 정책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역대 가족/여성 정책은 대개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지원정책, 정규직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육아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여성 청년은 사실상 정책적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권김 씨는 “한국의 ‘여성정책’은 소위 기존의 정상가족을 수호하려는 측과 정상가족의 해체 이후를 적극적으로 고민해보자는 측이 완전히 다른 가치지향점 속에서 대화불능의 상태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란 “‘칼퇴근을 하고 ‘가정’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휴식’을 갖는 삶’으로 표준적 시민의 모델이 상상된 것”, “가부장적 가족모델에서, 퇴근하면 손 하나 까닥하지 않으면서도 이른 귀가를 당연히 환영받았던, 베이비붐 세대 이전의 아버지들의 로망에 가까운 삶”이라고 권김 씨는 비판했다.

다양한 개인의 삶의 모습을 고려한 구체적인 성평등 청사진과 실행목표보다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내세우고, 기존 일가정양립정책 기조를 고스란히 이어가는 한, 문재인 정부는 “그 전 정부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데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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