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혼 논쟁으로 변질되고

뒷전된 성평등 개헌 논의

남성지배적 운영 방식으로는

성장동력 만들어 낼 수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개헌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방분권 개헌”이라고 했다. 정부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 목표로 삼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겠다”면서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내용도 헌법에 명문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강력한 지방 분권을 위해 “제2국무회의를 제도화하고,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 자치권을 헌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2국무회의란, 대통령이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들과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다. 장관과 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모이는 기존의 국무회의에서는 중앙 정부의 정책을 책임지고, 제2국무회의에서는 지방 자치를 조율해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제2국무회의는 자치분권,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현안과 국가 중장기 과제를 다루는 기구가 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자치입법권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자치법규를 자주적으로 정립하는 권한을 말한다. 즉, 지방자치단체가 관할구역 내에서 통용될 자치법규를 제정할 수 있는 권한으로 그 핵심은 조례제정권이다. 지역의 다양한 현안들을 지역 스스로가 처리하도록 하는 지방자치제의 본뜻을 살린다는 차원에서 자치입법권의 확대는 지방 분권의 핵심적인 사항이다. 자치 행정권은 조직 등 중앙의 권한을 대폭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 재정권의 핵심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기존의 8대 2에서 6대 4로 조정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는 의지를 밝힌 것은 중앙집권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지방 선거에서 개헌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지길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국회 개헌 특위는 기본권과 지방 분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상태다. 그러나 각 정당들은 정부형태(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외치와 내치를 분담하는 이른바 이원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하고 있다. 한편, 국정 운영의 영속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4년 중임형 대통령제를 제안하기도 한다. 권력구조 문제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결론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번 개헌에서는 합의된 내용만을 처리하고 민감한 권력구조 문제는 나중에 처리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개헌 논의에 몇 가지 문제 제기를 한다.

무엇보다 이번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 분권 못지않게 성평등 사회 구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개헌 논의에서 성평등 의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성평등 논의가 동성혼 논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가 한 달 동안 개헌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듣는 토론회를 전국을 돌며 진행했는데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국회가 동성혼을 합법화 하려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성평등 개헌 논의가 변질되지 않도록 국회와 여성 시민단체들이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 선거제도 개헌 논의는 국민의 의사가 잘 반영되도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를 연동하여 유효 투표자의 비례대표 정당별 지지율과 전체 국회의원의 정당별 의석점유율의 비례성을 보장하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문제는 이 논의 과정에선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통한 여성의 실질적 대표성 제고 방안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의원정수 못지않게 지역구와 비례구 의석 비율을 헌법에 규정해야 한다. 시대정신은 시대과제와는 다르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룩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 통합, 성평등, 분권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단언컨대, 남성지배적 운영 방식으로는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이제는 성평등을 통한 새로운 조직 문화가 대한민국의 새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 성평등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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