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적연금 CIO 히로 미즈노

여성활약지수 따르는

펀드에 투자 결정

“지속가능 성장 위해

여성친화 경영 필수“

 

미즈노 히로미치 일본 공적연금 최고투자책임자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미즈노 히로미치 일본 공적연금 최고투자책임자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은 지난 7월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는 기업을 모아 만든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일본 여성 활약 지수(MSCI Japan Empowering Women Index)를 따르는 펀드에 투자를 결정했다. 여성 고용 비율, 성별 근속 연수, 여성 임원 비율 등을 토대로 기업이 여성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살펴보고 ‘여성친화기업’에 투자하겠다는 ‘ESG 투자’의 일환이다. 운용액만 1조2000억달러(약 1300조원)에 이르는 투자계 ‘큰손’의 이 같은 움직임은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GPIF의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이는 미즈노 히로미치 GPIF 최고투자책임자(CIO)다. 그는 미국, 영국 등에서 활약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요청으로 2015년 CIO직을 맡아 일본 공적연금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유엔의 책임투자원칙(PRI)에 서명하는 등 ‘ESG 투자’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미즈노 책임자는 지난 달 2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한국지부 창립 1주년 포럼에서 “일본 GPIF는 국가 경제의 장기적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을 촉진하기 위해 ESG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ESG 투자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기업 지배 구조(Governance)에서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연합(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 따르면, 2016년 22조 달러 이상의 자산들이 ESG 방침에 따라 운용됐다. ESG 투자의 53%가 유럽, 38%가 미국에서 이뤄졌으며 아시아에선 일본(2.1%) 외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연기금인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ESG 투자 규모는 6조원에 그친다.

미즈노 책임자는 “일본 공적연금은 투자 규모가 큰 만큼 미래 세대에 대한 책무도 크기 때문에 단기 실적을 추종하는 민간 자금과 다르게 운용돼야 한다”면서 “장기 투자 관점에서 ESG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촉발시킨 리먼브라더스 사태는 단기 성과에 집중한 민간 기관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특히 다양성이 충족된 집단에서 창의성과 혁신이 나오며 하나의 성별에 치우친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위기관리에 취약하다”면서 ‘여성친화기업’ 투자를 강조했다. 현재 일본 공적연금이 여성 친화 정책을 펴는 기업에 투자하는 규모는 약 90억달러(10조원)다. 이를 2020년까지 3배 이상인 300억달러(33조원)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 정부도 여성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2016년 4월 시행한 ‘여성활약추진법’을 통해 300명 초과 기업과 정부기관은 여성 채용·관리직 비율을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미즈노 책임자는 여성친화기업 투자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단기성과는 모르겠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활약추진법으로 성별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며 “여성활약지수 도입을 통해 자본시장에 일본 공적연금이 성별 다양성을 중시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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