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세 아이를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조직 차원에서 지원할 방안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대한민국 장관의 취임사에 ‘아이’, ‘가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에 남녀동수 내각 실현을 위해서 초대내각에 역대 정부 최다인 여성 장관(급) 6명(31.6%)을 임명 이후 정부 부처에서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외교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등 핵심 부처나 남성이 장악한 부처에 여성이 임명되면서 변화의 파장은 더 크다. 역대 정부의 초대내각 여성 비율은 김영삼정부 18.7%, 김대중정부 17.6%, 노무현정부 21.0%, 이명박정부 6.6%, 박근혜정부 11.7%에 그쳐 여성이 설 자리는 거의 없었다.

 

외교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꼽은 적폐 청산 대상 중 하나였다. 후보 시절 전직 외교관을 만나 “북미국장 출신이 아니면 장관도 할 수 없는 곳이 외교부”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북핵 문제가 한국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라 외교부 장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강경화 유엔(UN) 사무총장 정책특보의 임명은 파격 그 자체였다. 외교부 최초의 여성 장관, 비외무고시와 다자외교 전문가라는 점 모두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강 장관의 행보를 보면 외교부 개혁에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취임 전후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응하며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관으로 손꼽히지만 외교부를 혁신하는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외무고시 중심, 기수 중심을 깨고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과장급 이상 간부 직원의 8% 수준인 여성 관리자 비율을 2022년 5월 현 정부 임기 종료 시점까지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9월 실장급 인사에는 12명 중 여성 3명을 임명해 25%를 달성했다.

강 장관은 관용차로 2000cc급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장관의 관용차 50대 중 40대가 3778~3800cc급 에쿠스였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 장관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 내부에선 “강 장관 취임 후 근무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집무실을 개방해 실·국장급뿐만 아니라 평직원과도 자유롭게 면담하고, 보고와 회의 시간 때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취임식 때 일·가정 양립을 강조한 이후 직원들에게 정시 퇴근을 장려하고 있다.

스킨십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8월 서울 한남동 장관 공관에 여야 여성 국회의원 51명 전원을 초청장을 보냈다. 참석했던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여러 가지 요청에 대해 수용적 태도를 보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의욕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여러 차례 찾아가 만남을 가졌다. 위안부합의 검토TF를 설치해 한일 위한부 12·28합의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