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말름 서랍장’ 8번째 사망 사고

리콜 권고 1년 지났지만 회수율 11%

멤버십 고객한테만 문자·이메일 통보

“리콜 회수율 기준 규제 따로 없어”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지난해 총 15개 서랍장 리콜 권고를 받았지만 일부 멤버십 가입 회원에게만 문자·이메일 통보를 하는 등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국내 유통된 10만2292개 중 회수율은 1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이케아 말름 서랍장’으로 인한 아동 사망사고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논란이 커졌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방지할 제도조차 미흡한 실정이다.

이케아 서랍장에 깔려 사망한 아동은 총 8명이다. 2014년 미국 펜실베니아 웨스트체스터에서 두 살 난 남자아이가 6단 서랍장에 깔려 사망했다. 이후 워싱턴 스노호미시에서 23개월 된 남아가 서랍장에 깔려 숨을 거뒀다. 2016년까지만 해도 3명이던 사망자는 1년 사이 5명의 아동이 추가로 사망해 총 8명이 됐다. 또한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5월 캘리포니아주 부에나파크에서 조지프 두덱(2)이 3단 서랍장 밑에 깔려 사망했다.

유족 측은 이케아가 리콜 이행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사고 발생 서랍장이 리콜 대상이었지만 이케아가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앨런 펠드먼 변호사는 “이 죽음이 더 안타까운 것은 사고를 일으킨 가구가 리콜 대상이란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 가구에 매달리거나 잡아당기고, 기어 올라가기도 한다. 가구가 넘어지면 아이들이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낸시 콜스 ‘Kids in Danger’ 사무총장은 “이케아는 충분히 리콜을 진행하지 않았다. 불과 3%만이 벽 고정 장치와 리콜 등으로 안전 조처를 했을 뿐 나머지 가구는 위험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케아는 국내 리콜 과정에서도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이케아는 미국에서 지난해 6월부터 리콜을 했지만 한국에서는 3개월 뒤인 지난해 9월에야 리콜을 시작했다. 또한 북미 판매는 즉시 중단했지만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는 몇 개월간 판매를 지속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국내 유통 매출 기준 상위 11개 브랜드의 서랍장 안전조사를 시행, 이케아의 말름 등 7개 업체 27개 제품이 예비안전기준에 부적합해 8월 31일 자로 업체에 리콜 권고(수거·교환)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당 서랍장의 국내 회수율은 11%에 불과하다. 리콜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이가 있는 집은 서랍장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케아에 따르면 첫 번째 국내 리콜은 미디어와 온라인 공지를 통해 진행됐다. 이후 정부의 보완 조치 명령에 따라 서랍장을 구매한 고객에게 문자와 이메일을 보냈지만, 이조차도 이케아 패밀리 멤버 가입자들에게만 한정됐다. 또한 이케아 코리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사고의 원인인 ‘무료 벽 고정 서비스’와 ‘전액 환불·방문 수거’를 지난해 말까지만 제공했다.

 

이케아 말름 서랍장 ⓒ제품안전정보센터
이케아 말름 서랍장 ⓒ제품안전정보센터

국표원에 따르면 이케아의 1차 회수율은 7~8% 정도였다. 당시 국표원은 △관련 보도자료 배포 △회원 대상 이메일과 문자 △어린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회원에 선별적 전화 안내 등을 권고했다. 박재훈 국표원 제품안전정책국 제품시장관리과장은 “다른 국내 가구사의 경우, 리콜 회수율이 80%인 곳도 있었지만 이케아는 11%에 불과하다”며 “국내 가구사들은 배송 추적을 통해 리콜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 또 이들 가구사의 판매 수량 자체는 이케아와 비교해 그렇게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제품안전기본법상 리콜 명령을 받고 이행하지 않은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리콜 회수율 수치 기준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박 과장은 “내부적으로 회수율 기준이 있고, 이를 평가하는 제도도 있다. 이 지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리콜 회수율이 하향 평준화 될까 우려스럽기 때문”이라며 “A등급부터 최하위 등급까지 있는데 이케아의 회수율은 최하위 수준에 속한다. 내부 평가지침과 자문위원회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최종평가를 진행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케아 측은 “멤버십 고객에게만 문자와 이메일을 보낸 이유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고객의 구매 내용을 따로 수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아이가 있는 집에서 사용 중인 제품이 어느 정도 수량인지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해당 서랍장은 벽 고정 장치를 이용해 벽에 고정할 경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소시모 관계자는 “일상생활에서 주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주로 가구가 넘어지면서 생기는 문제”라며 “가구 자체를 직접 개선하지 않고 고정 장치를 설치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서랍장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제품이다. 미국에서 2900만개, 캐나다에서만 660만개가 팔렸다. 국내에서는 2014년부터 리콜 전까지 10만여개가 팔렸다. 총 6종의 말름 서랍장 중 2칸을 제외하고 모두 75cm 이상이다. 미국 소비자상품안전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이케아 서랍장에 대해 ‘어린이용은 60cm, 어른용은 75cm 이상 서랍장의 경우 벽에 고정하지 않고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편 국회는 최근 리콜 회수율을 높이는 방안이 포함된 ‘제품안전기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리콜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벌칙 규정 강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국회와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리콜 회수율 제고를 위해 ‘리콜이행점검’ 규정 및 ‘보완점검 미이행에 따른 벌칙’ 규정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제품안전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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