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교수들의 혐오발언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자로서 무거운 책임을 지니고 있음에도 강단 위서 언어폭력을 일삼는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성차별·혐오발언을 규제·징계하는 방침을 마련하는 등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막말로 문제가 된 교수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건 ‘여성혐오’다.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한 그들의 언사는 여성비하, 성희롱, ‘위안부’ 피해자 폄훼 등 다양한 변주로 나타났다.

 

‘위안부’피해자·‘세월호 참사’ 희생자 모욕

지난 3~4월.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A교수는 ‘위안부’ 피해자와 ‘세월호’ 희생자를 모욕하고, 이대 시위를 폄하하거나 중국인 여성을 비하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막말을 쏟아냈다.

A교수는 자신의 전공 수업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한 사람씩 몇 억씩 받을 수 있으니까 할머니들도 지쳐서 돈 받았을 거다. 할머니들은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단돈 1억이라도 받았을 것”이라며 “할머니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았는데 시민단체가 중간에 껴서 자꾸 정부나 외교부를 괴롭혔다. 할머니들이 일본한테 협상을 했으면 경제적 이익이라도 받는데 협상이 잘못됐기 때문에 이익을 못 본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모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너희들도 휴대폰이랑만 소통하지 않느냐. 세월호 사건 재판기록에 따르면 세월호 학생들도 죽기 전에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며 “사람들은 보통 학생들이 무서워하며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이대 시위’에 대해서도 막말을 일삼았다. A교수는 “정유라도 출석 인증서를 봐주다가 문제가 비화된 것”이라며 “이대 학생들 자기들은 엄청 깨끗하고 먼지 하나 안 나올 것처럼 구는데 적당히 하고 그만둘 때를 알아야 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나. 너무 많은 걸 파고들려고 하면 안 된다”고 조롱했다.

중국인 여성도 비하했다. 그는 “중국에서 오래 공부한 분이 그러더라. 중국에 공산주의, 마오쩌둥이 들어오면서 여자들 기가 세졌고, 남자 알기를 우습게 안다”며 “중국 여자들이랑 사귀지 마라”고 막말했다. 

지난 5월 기사보도를 통해 사건이 공론화되자 A교수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든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에 대해 “반성할 생각이 하나도 없어 보이고,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A교수는 지난 5월 16일 학과 내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올려 “참으로 답답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제 강의 내용들이 외부에 알려져 수많은 학교 구성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무엇보다 제가 사용한 사례들로 수업에 들어온 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니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숱한 혐오발언에도 A교수는 지난 9월 ‘견책’ 징계를 받고 여전히 강의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파면, 해임과 비교했을 때 견책은 매우 낮은 수위의 징계다. 중앙대 학칙에 따르면 견책은 ‘전과에 대해 훈계하고 회개하게 하며, 근로기준법에 정한 범위 내에서 급여를 감급하고 시말서를 징구한다’는 내용의 징계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이 같은 결과에 “다들 너무 허탈해했다”며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싸웠는데 (견책으로 그쳐) 정말 허무했다”고 답했다. 당시 해당 학과 졸업 및 재학생들은 A교수에 대한 파면 혹은 해임을 촉구했다. 

A교수에 대한 ‘견책’ 징계 이후 학생들은 자보를 통해 “강의실에서 A교수를 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찔하기만 하다. 학생들은 강의실 내에서 혐오발언이 반복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시달려야 한다”며 “정말로 관대한 학교다. (학교 측은) A교수의 교권 보호 차 견책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교권을 강조함으로써 학생들이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침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혐오 발언이 어떻게 이론과 교육의 사례가 될 수 있냐”며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바로 잡아나가는 것이 학내의 모든 구성원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순천대학교 전경
순천대학교 전경

여성비하·‘위안부’ 피해자 폄훼

지난 4월 순천대의 사범대학 B교수는 수업 중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모욕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B교수는 “내가 보기에 할머니들이 상당히 알고 갔어. 일본에 미친 그 끌려간 여자들도 원래 다 끼가 있으니까 따라다닌 거야” “20대 여성은 축구공이라고 한다. 공 하나 놔두면 스물 몇 명이 왔다 갔다 하는 것” 등의 막말을 일삼았다. 

학생들이 B교수의 수업이 담긴 휴대전화 녹음 내용을 공개하고 사과를 촉구하자 대학 측은 지난 11일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징계위원회 재적 위원 7명 가운데 참석자 6명은 만장일치로 B교수에 대해 최고 수위의 징계인 파면을 의결했다. B교수의 발언이 국립대 교수로서의 성실 의무 위반과 품위 유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12일 시민사회단체들은 ‘순천대 교수 파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학생들에 대한 교수의 언어폭력과 인권침해 재발방지를 위한 전수조사와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며 “일본군 ‘위안부’ 등 올바른 역사인식에 대한 교육과 여성 평등 교육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박진성 순천대 총장은 성명서를 통해 “징계처리와 더불어 향후 유사한 사안으로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대학 내 인권센터를 개설하고, 비밀이 보장되는 제보 창구를 마련하는 등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탓·비난 “요새 여자들은 결혼도 안 하고 문제 많아” 

숙명여대 여성학 동아리 S.F.A는 지난 9월 27일 대자보를 써 교수들의 여성혐오 발언을 고발했다. 그들은 “이제 대자보 그만 쓰고 싶다. 벌써 몇 번째 이런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는 한탄과 함께 교수들의 문제적 발언을 소개했다.

교수들은 “이 나라 경쟁력은 출산율에서 나오는데 요새 여자애들은 결혼도 안 하고 아주 문제가 많아”라는 등 결혼하지 않는 여성을 비난하고 출산을 여성의 의무인 것처럼 말했다. 

또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여성들이 목소리 내는 것을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 교수는 “강남역 살인사건 때 여성들이 포스트잇 시위하는 것, 여성들이 나서서 말하는 건 좋은데 할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여러분은 법을 공부했으니까 그 사람들보다 논리적인 주장을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이밖에도 교수들은 “여직원한테 커피 타라는 거 기분 나빠하지 말고 좋게 생각해라. 남자가 커피타면 클라이언트가 ‘어이구, 왜 이런 걸 하세요’ 하고 깜짝 놀란다” “회사에서 피해의식 갖지 마라. 남자들도 힘들다. 남녀갈등으로 몰지 마라” “남자들이 일 더 잘 한다. 나는 다른 여자들이랑 달라서 유리천장 뚫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희롱도 서슴지 않았다. 강의실 앞쪽에 앉은 여학생에게 “나 너랑 사귀어야겠다. 난 너 같은 애 좋아”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근시안적이고 왜곡된 관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성희롱·강간·데이트폭력이 젠더 문제라는 점에 대해) 여자도 성추행 한다. 성폭행은 육체적·사회적 강자가 하는 것이다. 물론 남자가 육체적으로 강하고 유리천장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강하지만 남녀 갈등은 아니다” “데이트폭력은 시원찮은 애들만 한다”고 했다.

고인을 비하하는 발언도 일삼았다. 한 교수는 “최진실 배우가 나를 3번 만났으면 자살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객관적 자아개념을 세워줬을 것”이라며 고인에 대한 모욕적 언사를 거리끼지 않았다.   

이외에도 “여혐 남혐 둘 다 나빠. 어떻게 한남충 같은 말을 입에 담니? 적어도 우리 숙명여대 다니는 학생들은 그런 말 하면 안 돼” “여자애들 공부하러 오면서 학교에 짧은 치마 입고 오는 거 이해가 안 된다. 그게 공부하러 오는 복장이냐” “여혐은 찌질이들이나 하는 거야. 내가 내 아내한테 얼마나 잘 하는데. 나까지 싸잡아서 남혐 하지 마. 잠재적 아군이던 나까지 반발심 들잖아” “이만한 풍요를 누린 시대가 없다. 건방지게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쓰고 싶은 거 다 쓰고…. 요즘 웬만한 중산층 여자들도 다 샤넬 립스틱 명품 가방 갖고 있다” 등의 발언이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 측에 △교수·강사진들의 성의식 교육 이수 의무화 △교수·강사진들의 성차별 발언 징계 기구 규정 개편·강화(없을 경우 신설)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S.F.A는 3일 <여성신문>에 “학교 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화여자대학교 모 학과장으로 있던 C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혐오 게시글 ⓒ제보자 제공
배화여자대학교 모 학과장으로 있던 C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혐오 게시글 ⓒ제보자 제공

여성혐오·동성애혐오·세월호 유가족 조롱

배화여대 모 학과장으로 알려진 C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을 비하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을 조롱하는 글도 올려 문제가 됐다. 

배화여대 학생들은 지난달 18일 트위터를 통해 해당 교수의 혐오발언을 고발했다. 트위터 계정 ‘배화여대 여혐교수 고발’(@BH_sataehaera)은 “여성 기독교학교의 학과장이 SNS에 여성을 비하하는 글을 올리고 학생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며, 퀴어축제를 조롱하고 위안부를 비하하는 등 논란이 될 발언을 했다”며 C교수의 페이스북 게시물 사진을 공개했다. 이들은 “여러 방면으로 사건을 공론화하려고 노력했으나 학생회의 소극적 대처와 학교 측의 미미한 대응으로 SNS를 통해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

 

배화여자대학교 모 학과장으로 있던 C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혐오 게시글 ⓒ제보자 제공
배화여자대학교 모 학과장으로 있던 C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혐오 게시글 ⓒ제보자 제공

 

배화여자대학교 모 학과장으로 있던 C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혐오 게시글 ⓒ제보자 제공
배화여자대학교 모 학과장으로 있던 C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혐오 게시글 ⓒ제보자 제공

C교수는 “위대한 령도자 수령님을 따르는 종북좌빨 단체 후원을 위한 위안부 모집. 이런 공고문이 나오면 어쩌지?” “김치여군에게 하이힐을 제공하라” “기왕이면 이쁜 여경으로 뽑아라. 강력사건에 달려오는 미녀 경찰 얼마나 좋으냐” 등의 여성혐오적인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재 여대생 여고생 수준이 아래 맘충으로 이어지는 것. XXX 없는 여학생 너무 많다” “요즘 누가 취업이 안 된대? 그냥 놀고 싶어 안 가는 거라구. 이X 머리채를 잡아다가 패다기치고 싶다” 등 여성을 겨냥해 폭력적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지난 8월 14일에는 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서울시 151번 버스에 설치된 소녀상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모두) 미쳐 돌아간다”고 적어 올렸다. 지난해 3월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씨가 tbs교통방송 라디오 진행자가 됐다는 뉴스를 공유하며 “죽은 딸 팔아 출세했네”라고 모욕했다. 또 책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학생의 사진을 올린 뒤 “훌륭한 훈장 다셨다, 그쵸?”라는 글을 써 우롱했다. 부산퀴어문화축제 포스터를 공유하면서는 “부산 XX는 향긋하노~?”라며 퀴어축제를 조롱했다. 

배화여대 총무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아직 초기 단계라 관련 내용 전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며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화여자대학교 모 학과장으로 있던 C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혐오 게시글 ⓒ제보자 제공
배화여자대학교 모 학과장으로 있던 C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혐오 게시글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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