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9주년 기념호에서

실력·리더십 갖춘 여성 장관

여성 등용·탈권위 행보 등

실제 행정의 변화도 이끌어

성평등한 미래 실현하려면

30%의 시대정신 자리잡아야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여성신문 29주년을 맞는 2017년. 여성신문은 29년 동안 매주 한 번씩 1462회 발행됐다. 여성신문의 온오프 공간을 통해서 수많은 여성문제들이 전달됐다. 여성의 인권, 여성운동, 여성정책 등. 여성신문이 기록함으로써 여성들의 움직임은 의미 있는 여성의 역사로 남을 수 있었다.

29년의 역사가 지나는 동안 여성의 현실은 나아졌는가? 꼭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30%의 여성 장관 기사 같은 굿 뉴스도 있지만 대부분은 20여 년 전을 복기하는 것 같은 ‘배드 뉴스’들이 가득하다. 더 심각한 것은 기술의 진보로 만들어진 온라인 공간이 거대한 여성혐오와 반지성의 온상이 되어 버린 현실이다.

경찰청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할 기회가 있었다. 경찰은 12만 명의 구성원을 가진 거대한 조직이다. 여성경찰(여경)의 비율이 10.8%. 그러나 여경의 95%는 경위 이하의 하위직에 속한다. 최고위직 경무관 2명(0.001%), 총경 13명(0.1%)으로 말단직에 집중 배치돼 있다. 여경은 매우 유능한 인력이지만 ‘여경이 10%가 넘으면 치안력이 약화되어 국민이 불안하다’는 근거 없는 고정관념에 따른 성차별적 인사 정책의 피해자가 되고 있었다. 성별 분리 채용으로 시작되어 유리벽, 유리천장이 설치된 ‘분리된’ 커리어 패스를 거치는 동안 여성경찰들은 거대한 하위직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비단 경찰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강원랜드의 특혜 채용이 밝혀지면서 공분을 샀지만 성별 분리 채용의 관행이야 말로 거대한 사회적 특혜 채용임을 인식해야 한다.

올해는 여성장관 30%를 배출했다. 이것이 진정 굿 뉴스인 것은 이 30% 장관들이 자기 위치에서 당당하게 ‘여성’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취임하면서 곧바로, 고위직에 여성을 발령하고, 성폭력 관련자를 엄벌에 처하는가 하면, 권위적인 형식을 탈피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무 역량과 리더십에서도 결격이라는 평을 듣지 못했다. 이런 긍정적인 성과는 여성 장관들이 성평등 의식을 체화하고 여성 지도자로서의 사명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저런 인사 사고가 있었지만 이번 여성 장관 인사는 좋은 점수를 줄만하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데에 기여하는 일등 공신이 이들 30%의 여성 장관들이다.

성평등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30%의 시대정신이 자리잡아야 한다. 30%의 정신을 사회 곳곳에,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 틈새까지 밀어 넣어야 한다. 이미 양평평등기본법은 한 성의 독점이 6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기본 원칙을 제시했다. 30%의 실천은 특별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법을 잘 준수하고, 법에 담긴 시대정신을 잘 실천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문제다.

내각의 30% 변화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아직도 한참 변하고 또 변해야 한다. 경제, 정치 분야 여성 대표성 부분에 30% 등용의 원칙을 현실화 시켜야 한다.

우선 이번 정부 최고의 관심사인 일자리 분야부터 30%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성격차지수 116위(2016년 세계경제포럼)는 늘 부끄러운 수치로 비난받는데, 그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대표성 부분이다. 기업 분야는 500대 기업 여성 이사 비율 2.3%에 불과하다. 공기업에서 조차 여성임원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여성 ‘취준생’이 간신히 취직했다 해도 조직 내 여성 고위직이 희소한 현실에서 여성 직장인의 근속은 기대하기 힘들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에 나오는 경력단절 여성의 우울한 초상화를 그려가게 될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어떤 영역이든 ‘여자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이제 무의미하다. 30% 여성 장관의 유능하고 신선한 모습을 보라. 이번 장관들은 여성의 삶에 큰 선물을 안겼다. 일단 양을 늘리면 질적인 변화가 온다는 것, 사명의식을 제대로 갖춘 여성을 중요한 자리에 발탁하면 사회 전체가 발전한다는 것을 입증해주었다. 기업 경영에서도 다양성이 있는 조직의 성과가 훨씬 좋고,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좋으며, 조직 문화가 유연하다는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연구 보고가 있었다.

창간 29주년을 맞으며 여성신문은 여전히 굿 뉴스와 배드 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배드 뉴스는 더 퇴행적이고, 굿 뉴스는 더 신선하다. 이것도 양극화 일까? 굿 뉴스와 배드 뉴스의 스펙트럼이 더 광범위해지는 복잡한 현실. 여성신문은 언제나 그랬듯이 여성의 길을 따박따박 걸어간다. 굿 뉴스가 훨씬 많아지는 세상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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