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대학 시절부터 여성운동...2008년부터 이주여성 인권 관심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게 ‘체류권’ 보장해 줘야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권은주 기자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권은주 기자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를 운영한지 내년이면 십년째라는 강혜숙 대표(사진)는 이주여성 인권신장에 기여해온 이들 중 한 명이다.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지원하고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없는 사회를 희망하는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는 지난 13일 ‘대구지역이주민차별실태조사’를 발표하고 토론회를 개최했다. 강 대표에게 이번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결과와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지수와 현주소를 들었다.

“이주민에 대한 인건지수 조사결과를 보면 별반 나아진 게 없습니다. 센터에서는 언론이나 일생상활에서 이뤄지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찾아 시정해보자는 목적으로 ‘이주민인권모니터링소모임’을 운영해요. 결혼이주자, 이주노동자, 유학생 선주민 등으로 구성된 회원들이 정기 모임 때마다 자기가 경험한 차별 사례를 발표하는데 너무 많은 거예요.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조사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지요. 이번 조사 결과로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얼마나 절실한지 더욱 선명해집니다.”

강대표가 이주여성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2008년이다. 당시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면서 시·군․구별로 결혼이민자지원센터(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변경)가 설치되던 시기였다. “2006년부터 다문화정책이 만들어졌죠. 농어촌과 도시의 결혼하지 못한 한국 남성들과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여성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사회도 다문화사회로 바뀌는 시기였지요.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남편과 시댁식구들로부터 인권침해가 증가하고 가정폭력 등으로 결혼이주여성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고요.”

대학 때부터 여성운동을 해 온 강대표는 “양심에 걸렸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선주민 여성으로 이주여성들의 삶을 외면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벗어나고자했던 가부장제 터널에서 비록 나는 한 발 빠져나왔으나 그 터널에 나 아닌 누군가가 남아있다면 그 터널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가부장제라는 터널 자체를 허무는 것이 여성운동의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억압의 터널을 벗어나는 것은 당사자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이주여성 권력 강화를 위한 각종 교육과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가 13일 ‘대구이주민차별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권은주 기자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가 13일 ‘대구이주민차별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권은주 기자

이주여성의 사회적·문화적 인식의 차이로 인한 갈등은 가정폭력으로 나타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이주여성상담소’와 ‘대구이주여성쉼터’를 개소했다.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다보니 힘든 점이 많아요. 그동안 이주여성인권 지원을 위한 상담소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이번 정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답을 들었어요. 권력이 없는 취약 집단일수록 시스템이 중요하죠. 이주여성상담소의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이주여성지원 시스템이 체계화되길 기대해봅니다.”

노동과 결혼으로 여성의 이주가 더 늘어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들이 정착하기 힘든 요인으로 강 대표는 “문화의 다양성만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라고 집었다. 그는 “문화의 다양성이 꽃 피려면 먼저 사회 정의가 있어야 한다. 이주민을 제도적으로 차별하지 않고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전제”라며 “이주여성들이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체류할 수 있는 ‘체류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우리나라의 포괄적인 이민정책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문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펼치지만 실제로는 다문화가족정책이라는 것이다. 부부 중 한 명이 한국국적이 있어야 다문화가족으로 인정되고, 노동자와 난민 등 많은 이주민은 정책 밖에 있다. 이주여성 가운데서도 결혼이주여성만이 정책 수혜를 받는 것이다. 또한 국적을 취득하지 않으면 독립적인 지위가 허용되지 않아 역시 많은 한계가 있다. “이주여성 전체를 포괄하는 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다문화가족 정의도 확장시켜야 하고요. 특히 폭력피해 이주여성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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