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성 주류화 제도의 실효성과 성평등위원회
[여성논단] 성 주류화 제도의 실효성과 성평등위원회
  •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17.10.24 09:51
  • 수정 2017-10-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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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법적 근거 마련된 성주류화 제도

정책 개선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쳐

원인은 콘트롤타워 부재

성평등위원회가 총괄·조정 역할해야

 

 

벌써 23년이 지났다. 1995년 북경에서 열렸던 제4차 유엔 세계여성회의의 슬로건은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였다. 이는 남성의 경험과 남성적 가치를 ‘기본 값’ 또는 ‘참조 기준’으로 구성해 운영되는 사회의 현상들을 여성의 경험과 눈으로 바라보고 더 나아가서 젠더 관점에서 보자는 것이었다.

1975년 유엔이 ‘세계여성의 해’를 선포한 이래 세계 각국에서 여성차별을 철폐하고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북경회의에서는 그러한 시도들이 여전히 일부 영역에서 지엽적이며 사후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어서 실효를 내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성 주류화’라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다. 이를 위해 북경행동강령은 각국 정부에 정책과 예산의 성 분석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나라도 2001년 여성 및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 여성부(현 여성가족부)를 출범시켰고, 2000년대 초반부터 성 주류화 제도를 연구해 성별영향분석평가와 성인지예산제도를 도입했다. 전자는 2011년 제정한 성별영향분석평가법에, 후자는 2006년 제정한 국가재정법(지방자치단체는 2011년 개정한 지방재정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성 주류화의 법적 근거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다.

문제는 효과성이다. 현재 성별영향분석평가의 운영 주체는 여성가족부로, 관점은 있지만 정치적 영향력이 부족하여 해당 제도를 강력하게 추동하는데 한계가 있다. 성인지예산의 경우 운영 주체인 기획재정부는 정치적 영향력은 크지만 관점이 부족하고 해당 제도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기 때문에 성과가 실망스럽다. 성 주류화의 중요한 두 개 바퀴가 각각 공회전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제도 모두 부처의 장벽을 뛰어넘는 협조와 조정을 필요로 하는데, 그 역할을 할 콘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적용 과제수의 증가나 개선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정책개선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원래 성 주류화 패러다임에서는 ‘정책의 기획단계에 성 인지적 개입’ 할 것을 강조한다. 그런데 현재 성별영향분석평가의 경우에는 거의가 사후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대로 그 결과가 환류되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되기 쉽다. 주무부처나 중앙성별영향평가센터에서 분석 결과의 환류를 통한 정책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만 해당 부처의 협조와 수용을 얻어내기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성인지예산의 경우에도 제도의 취지를 담아내는 과제 선정과 부처별 성평등 목표 달성 등이 이뤄지지 못하고 다분히 형식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성 주류화 제도들의 운영상 한계는 성 주류화가 성평등을 달성하는데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삭감시키고 있다. 실제 여러 통계치들은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의 향상이 부진함을 나타낸다. 예컨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48.80%에서 2010년 49.40%, 2015년에는 51.80%로 아주 조금씩 확대되고 있을 뿐이다. 2016년 현재 공기업 전체 임직원 중 여성은 12.9%에 불과하고, 부장급에서는 1.9%, 중간관리자인 차장 및 과장급에서도 8.5%에 그친다. 민간기업의 경우 2015년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정규직 중 여성은 22.2%에 불과하고, 임원 중 여성은 2.6%로 극히 낮은 수준이다. 2016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의 ‘유리천장지수’에서 여성은 29위로 최하위다. 성별 임금격차 역시 우리나라는 2016년 36.7%로, 2002년부터 14년째 OECD 회원 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한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성격차지수에서 한국은 144개국 중 116위로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다.

물론 일부 개선된 분야도 있다. 예를 들어, 2000년도에 5.9%였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04년에는 13%, 2012년 15.7%, 2016년 17%가 되는 등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할당제 도입의 영향이 컸다. 5급 공무원 채용시험 합격자의 여성비율은 2000년 25.1%에서 2010년 47.7%, 2015년 48.2%로 대폭 확대됐다. 총 합격자 수는 제한적이지만, 외무고시(2000년 20%, 2015년 64.9%)나 사법시험(2000년 18.9%, 2015년 38.6%)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의 시험성적이 좋기 때문이다.

성 주류화가 성평등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제도 운영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성평등은 모든 부문에 걸쳐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성평등 실현을 위한 성 주류화 제도들을 운영하려면 여러 부처의 협조가 전제 조건이다. 국정 운영 전반에서 성평등을 강조하고 힘을 실어주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다. 대통령 직속의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바라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대통령 공약사항의 하나인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위원회의 성격(행정위원회 또는 자문위원회), 위원장(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또는 민간인), 명칭(성평등위원회 또는 양성평등위원회) 등을 놓고 논쟁이 (있었거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쉽게도 가장 중요한 위원회의 기능에 대해 창조적인 논의가 전개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주로 성별영향분석평가 결과에 따른 정책 개선을 해당 기관에 권고하고 그 이행을 점검하는 기능에 초점을 두는 것 같다. 왜 굳이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제도에만 국한하는가. 성인지예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정 기능도 가져와야 한다. 성별영향분석평가와 성인지예산을 연계할 필요성은 이미 수많은 보고서에서 제언으로 나와 있다. 성평등위원회가 성 주류화의 두 가지 바퀴가 서로 잘 맞물려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총괄 조정하는 콘트롤타워가 되기 바란다. 부처 간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 우리의 행정 부문의 특성상 특히 더 필요한 일이다.

국가성평등지수의 경우에도 부처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소관 지표를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성평등위원회가 점검하고 조정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끝으로, 현재 성 주류화 제도가 공공부문에서만 적용되고 있는데, 민간부문으로의 확대 적용을 모색하는 것도 성평등위원회가 할 일이다. 민간부문의 경우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정부로부터 대규모의 예산지원을 받는 사업에는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성평등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현 정부 출범 당시 기대했던 젠더혁신이 빠른 시일 안에 궤도에 오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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