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2’ 출연자 티셔츠 페미니즘 문구 블러 처리

“페미니즘이라서 가렸냐” 논란 일어 

EBS “출연자 보호·시청자 편의 위한 조처”

 

지난달 29일 방송된 ‘불곷 성대 뚜베의 고막 사냥’ 편. 해당 방송에 출연한 여성은 ‘I WANT MARRY A FEMINIST(나는 페미니스트와 결혼하고 싶다)’라는 문구가 적힌 의상을 입고 나왔고, 제작진은 이 문구에 블러 처리를 해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트위터 캡처
지난달 29일 방송된 ‘불곷 성대 뚜베의 고막 사냥’ 편. 해당 방송에 출연한 여성은 ‘I WANT MARRY A FEMINIST(나는 페미니스트와 결혼하고 싶다)’라는 문구가 적힌 의상을 입고 나왔고, 제작진은 이 문구에 블러 처리를 해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트위터 캡처

교육방송(EBS)이 출연자의 페미니즘 티셔츠 문구를 블러(흐릿하게 하는 효과) 처리해 온라인상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방송은 지난달 29일 방영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시즌2 - 불꽃 성대 뚜베의 고막 사냥’ 편으로, 여성 출연자가 입은 티셔츠에 적힌 ‘I WANT TO MARRY A FEMINIST(나는 페미니스트와 결혼하고 싶다)’를 알아볼 수 없도록 뿌옇게 가렸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시즌2’에 나온 일반인 출연자의 페미니즘 티셔츠 문구에 블러 처리가 돼있다. ⓒEBS 영상 캡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시즌2’에 나온 일반인 출연자의 페미니즘 티셔츠 문구에 블러 처리가 돼있다. ⓒEBS 영상 캡처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시청자 게시판 캡처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시청자 게시판 캡처

이를 두고 EBS 시청자 게시판과 SNS에선 “다른 문구가 적힌 티셔츠는 블러 처리 안 하던데” “여성운동에 반감 있나? 애청자인데 실망이 크다” 등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왜 그랬을까? EBS 제작진에 문의해 ‘페미니즘 티셔츠에 블러 처리’를 한 이유를 들어봤다. 

 

1. 출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렸다 

“불특정 다수가 방송을 시청을 하다 보니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피드백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최근 방영된 ‘동생 잃은 개 아더의 행복찾기’ 편의 경우, 온라인상 보호자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부정적 댓글이 달려 보호자에게 큰 어려움을 야기한 경우가 있습니다. 또 보호자가 일반인이다 보니 도를 넘는 부정적 의견에 심리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출연한 보호자의 경우 임산부였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화면에 해당 메시지가 크게 잡히는 경우 혹시 모를 비난이 있을 수 있기에 블러 처리를 했습니다.”

2. 시청자가 편안하게 방송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렸다

“방송에 자막이 들어가다 보니 보호자의 옷 등에 큰 문자가 있으면 블러 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특히 영어일 경우 문자가 크면 블러를 치는 편입니다. 이번 편에서도 문구가 크게 나오는 경우 블러를 넣고, 작게 나오는 경우 블러를 넣지 않았습니다. 방송을 시청하는데 있어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였습니다. 타 방송의 경우에도 출연자 옷에 지나치게 큰 문자가 있으면 블러 처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저희 역시 이 기준에 입각해 블러 처리를 했습니다.”

3.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을 연상시킬 우려가 있어서 가렸다

“최근 디올에서 발표한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티셔츠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문구 자체는 다른 게 사실입니다. 허나 타이포그래피의 시점에서 상당히 유사한 글씨체와 글자 배치의 디자인이 디올의 특정 티를 충분히 연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근거로 블러 처리를 했습니다.”

제작진은 “젠더 감수성에 있어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방송에서 블러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경우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 유지)는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 등은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내용 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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