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위해

100조원 투입했으나 효과 전무

국정 과제의 최우선 순위에

저출산·고령화 해결 올려야

 

 

정치권이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 논쟁으로 충돌하고 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한 발언이 정치 보복 논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그는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더 나아가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에 맞춰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7명은 모두 사임계를 제출했다. 사실상 재판을 보이콧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발언은 구속 기간 연장 상황에서 유죄 선고를 피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절박감에 따른 정치 투쟁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박근혜식 정치 투쟁’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전망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통상 정치인의 투쟁이 성공하려면 최소한 명분, 지지세력, 의지라는 3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권력 사유화와 국정농단으로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됐고, 뇌물죄 등 18개 혐의로 기소됐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심판론을 내세운 진보 세력은 약 557만 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해 정권을 교체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을 정치보복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명분도 약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사법부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법치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그런데 재판부가 구속 기간을 연장하자 사법적 절차를 정치적 이슈로 돌려보겠다는 행위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현재 보수는 분열되고 궤멸하고 있다. 그 원인 제공자는 바로 박 전 대통령이다. 자유한국당 친박 인사들과 태극기 집회 참여 열렬 지지층이 박 전 대통령의 투쟁에 동참하겠지만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당장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박 전대통령의 ’정치 보복‘ 말엔 동의하지만 법정에서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 했으니 탈당을 기대한다고 했다. 자신의 정치적 승부수가 오히려 보수 분열을 고착화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보수 세력을 결집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이 4월 17일 구속 기소된 후 80차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침묵하다가 별안간 정치 투쟁을 선언한 것이 과연 본인의 의지에 따른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국정 농단 사건의 본질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최측근인 최순실을 지원하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기업을 동원한 것이다. 자신이 당한 배신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 투쟁을 한다는 것은 그 만큼 투쟁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정치 보복 논쟁에 휩싸여 있는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인구절벽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40만 6200명으로 전년에 비해 7.3% 감소했다. 올 상반기(1~7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기(24만 8600명) 대비 12.4% 감소한 21만 780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출생아 수가 30만 명 선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저출산이 유례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7.3%에서 2015년 13.2%로 높아졌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불과 10년 뒤에는 0% 성장률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언컨대, 대한민국 국정 과제의 최우선 순위는 적폐 청산이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해결이 돼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저출산·고령화 해결을 위해 100조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했지만 실패했다. 성평등과 일·가정 양립 정책, 보육과 교육비의 공공 부담, 가족지원 정책 등 출산율 제고 정책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이제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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