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성평등을 높이려면 성인지력 향상부터
[여성논단] 성평등을 높이려면 성인지력 향상부터
  • 강남식 젠더와 인권 연구소 소장
  • 승인 2017.10.18 13:21
  • 수정 2017-10-19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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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력은 성차별 본질 분석해

정책 대안을 모색·실행하는 능력

담당자의 성인지력 수준에

성평등 정책 성패 갈려

 

성평등(gender equality) 정책은 정책 담당자의 성인지력(gender awareness) 수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담당자의 성인지력이 높으면 자신이 관장하거나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자동적으로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하게 되며 예산 집행에 있어서도 성형평성(gender equity)을 파악하게 됨으로써 자원 배분에서도 성평등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인지력은 성인지 정책, 대표적으로 성별영향분석평가와 성인지 예산 제도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그래서 성인지 정책 교육 첫 시간에서는 성인지력을 높이는 교과목, 성인지 관점(gender sensitivity, gender perspective)과 관련한 과목을 배정한다. 성인지력이 있다는 것은 정책을 성인지 관점으로 파악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한국의 성인지 정책 영역에서는 성인지력과 성인지 관점을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해 왔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성인지 관점은 ‘시각’이고 성인지력은 ‘실행력’에 초점이 가 있는 것으로 성인지력에 따라 성인지 관점의 폭과 깊이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성인지력이 높을수록 성인지 관점이 명확해지며 확장될 수 있고 정책 실무력도 증강된다.

몇 년 전 성인지 예산 주무부처는 성인지 예산서 작성 담당자 교육 시에 ‘교양’ 같은 성인지 관점 교과목을 뺀 ‘전문’ 영역인 성인지 예산서 작성 실무교육만을 요구했다. 그 이유는 각 부처나 부서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예산 담당자인데 하루 종일 교육받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그들은 매우 바쁜 듯 하루 7시간 교육 신청을 하고도 오전의 성인지력 향상 교육에는 불참했다가 오후에 진행되는 성인지 예산서 작성 실무교육에 더 많이 참여했다. 어찌됐건 성인지 예산 사업을 담당할 뿐 아니라 교육생을 동원해 내는 주무부처의 의견이니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성인지 예산서 작성 실무교육만 실시하게 됐다. 그런데 교육 결과가 문제였다. 교육을 받은 성인지 예산 담당 공무원들이 무슨 교육을 받았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성인지 관점 없는 성인지 예산서 작성 실무 교육은 성인지 예산에 대한 기본 이해도 ‘실무력’도 향상시키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로 인해 공무원 중 가장 바쁘다는 예산 담당자 교육과정에도 성인지력 향상 교과목이 다시 들어가게 됐다.

양성평등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성인지 교육은 아예 의무화됐다. 물론 여기서 성인지 교육은 성인지력 향상 교육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성인지력 향상 교육은 성인지 교육의 가장 기초이자 출발점이니 성인지력 향상 교육이 의무화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의무 교육 영역으로 포괄되는 성인지력, 혹은 성인지 관점이란 무엇인가? 여성가족부는 성인지 관점을 “정책과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성별 역할과 지위에 있어 사회적 관행과 역할 관계를 이해하고, 성별 입장과 경험을 동등하게 고려함으로써 성차별적인 영향을 배제할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과 기술, 지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개념 정의에 따르면 성인지 관점에 성인지력을 포괄하고 있는데 내용이 어렵고 복잡하다. 좀 더 친절하게 정리해보면, 성인지 관점은 성차별 문제를 포함한 사회문제를 젠더 렌즈로 본다는 것을 의미하고, 성인지력은 성차별의 본질을 얼마나 더 정확히 분석하고 통찰해 정책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실행할 수 있는가의 능력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최근 성인지력은 젠더 이외에 성별 간/내부의 차이를 만드는 사회적 요소 –인종, 민족, 종족, 나이, 종교, 장애, 계급, 성적 지향 등- 가 젠더와 교차하면서 만들어지는 정체성의 복잡성을 파악할 수 있어야만 향상될 수 있게 됐다. 즉 성인지력은 ‘성별에 기반하되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수용 능력’을 높여야하는 상황이다. 이는 젠더 이슈가 크로스 컷팅(cross-cutting) 이슈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성인지력은 사회변화와 그에 따른 성별관계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확장되고 발전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성인지력에 기반한 성인지 정책이 실현될 때만이 점점 더 복잡하게 얽혀가는 젠더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성평등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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