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양성평등문화상] 숨 쉬듯 겪는 일상의 차별 고스란히… 나도 김지영이다
[2017 양성평등문화상] 숨 쉬듯 겪는 일상의 차별 고스란히… 나도 김지영이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7.10.17 20:40
  • 수정 2017-10-19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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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양성평등 문화콘텐츠상 『82년생 김지영』

사소해서, 당연해서,

말하면 문제 될까봐

하지 못한 이야기들

세상에 드러내는 계기로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올해 문학 분야 최고 베스트셀러는 단연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이다. 10월 17일 기준 38만 부가 팔려 나가며 독자를 만났다. 처음 여성들 사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책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금태섭 국회의원이 동료 의원들 모두에게 책을 선물한 것을 기점으로 정치권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을 전달하면서 ‘김지영 신드롬’을 불러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소설은 1982년 태어난 김지영씨를 통해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책에서 “결정적인 순간이면 ‘여자’라는 꼬리표가 슬그머니 튀어나와 시선을 가리고, 뻗은 손을 붙잡고, 발걸음을 돌려놓았다”고 표현했듯,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일상에서 숨 쉬듯 경험하는 차별과 억압을 글에 고스란히 담았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여성 간의 ‘연대’는 한 줄기 희망으로 소설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책을 읽은 여성 독자들은 ‘여성’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소설 속 김지영을 곧 ‘자신’으로 동일시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명제를 간결한 표현과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면서 ‘공감’을 부른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이 올해의 양성평등 콘텐츠상에 선정된 것도 이 같은 ‘공감의 힘’이 컸다.

 

책을 쓴 조남주 작가는 “지난해 양성평등 문화콘텐츠상 수상작이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기를 담은 TV 프로그램이었는데, 올해는 그 경력단절에 맞닥뜨린 여성의 이야기”라며 “어쩌면 한 발짝 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더 많이 말하고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방송작가 출신인 그는 첫 작품 『귀를 기울이면』으로 2011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뒤 지난해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고마네치를 위하여』와 『82년생 김지영』를 잇따라 내놨다.

특별한 사건 없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 겪는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이렇게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조 작가는 “사실 이렇게 많은 분이 읽어주시고 언급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82년생 김지영』이 2017년 내내 뜨거웠던 이유에 대해선 역시 ‘공감’을 들었다.

“가끔 독자분들을 만나면, ‘잊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니 떠올랐다’며 자신의 이야기나 어머니, 언니 혹은 누나, 아내, 여자친구들의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말하고 싶었지만 사소해서, 당연해서, 말하면 문제가 될까 봐 말하지 못했던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꺼내는 계기가 됐던 것 아닐까요.”

시기적으로도 올해는 『82년생 김지영』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임계점’이었다. 페미니즘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여성학 입문서를 읽은 여성 독자들이 일상의 페미니즘에 점차 눈을 돌리고 있던 시기였다. 조 작가 역시 2015년 이후 촉발된 페미니즘 이슈에 주목하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했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그는 관찰자인 동시에 당사자였다.

“2015년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해입니다. ‘IS(이슬람국가)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고 했고, 여자를 때리고 욕하는 게 상남자라고 했고, 개념 없는 여자들이 메르스에 걸리고도 격리를 거부했다고 했습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죠. 그리고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이 있었죠. 이때 우리 사회의 여성비하와 혐오가 너무 깊다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성들이 많았는데, 저도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82년생 김지영』 이후 페미니즘 소설 출간도 잇따르고 있다. 여성작가들이 펴낸 여성들의 이야기는 베스트셀러 상위를 장식한다. 조 작가는 쏟아져 나오는 페미니즘 소설에 대해 “그동안 많은 여성작가들이 꾸준히 여성의 이야기를 써 왔지만 그 이야기가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싶다”면서 지금 같은 움직임이 문학계에서 ‘반짝인기’로 끝나지 않고 뿌리내리려면 과거의 페미니즘 문학을 발굴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전에 화제가 됐던 소설들,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갔던 소설들을 다시 모으고 읽는 작업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를테면 한국 페미니즘 소설 전집 같은 방식이요.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으니까요.”

그 역시 곧 일곱 명의 여성 작가와 함께 쓴 페미니즘 단편집을 출간한다. 어느 가상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장편 소설도 수정 중이라고 했다. 조 작가는 최근 관심 두는 여성 이슈로는 교실 안에서의 여성혐오 현상과 페미니즘 교육을 꼽으며 “얼마 전 초등학교 ‘페미니즘 교사 동호회’가 해체됐다는 기사를 읽고 아쉽고 답답한 한편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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