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당한 수녀 교구 떠나 궁핍한 생활

아내·딸 성폭행 분노 신도들 무장공격

교황청 일부 사실 애써 인정, 의미는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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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영화 <신의 아그네스>의 한 장면

수녀들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성폭력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톨릭 주간지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은 지난 달 16일 사제들이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평신도나 수녀들을 성폭행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톨릭 내부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편 로마 교황청은 지난 달 20일 성폭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축소 해석했다.

마리에 맥도널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부들은 젊은 수녀에게 그들의 경제권과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이용해 성폭력을 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간으로 임신한 수녀는 신부로부터 낙태를 강요받기도 한다.

의학 수도사인 마우라 오 도너휴는 보고서에서 “많은 지역에서 사제들은 신도들의 아내나 딸을 성폭행해 교구민들로부터 항의를 받는다”면서 “내가 방문한 교구에서는 총으로 무장한 신도들이 신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 성직에 들어가길 원하는 여성은 필요한 자격을 얻기 위해 성관계를 강요받기도 한다. 그러나 임신을 하게 된 이들은 교구를 떠나 아이를 기르며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게 된다. 이들은 결국 다른 남자의 두번째 또는 세번째 아내로 들어가거나 에이즈에 무방비상태인 매매춘에 빠지게 된다.

보통 임신한 수녀는 수도회로부터 해고당하는 반면 가해자인 신부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질 뿐이다. 한 교구에서는 신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낙태를 요구받은 수녀가 수술 도중 죽자 이 신부가 추도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도너휴는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수녀나 어린 소녀가 에이즈 예방을 위한 안전한 섹스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맥도널드는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에서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서 남성에게 복종하도록 가르치기 때문에 성폭력에 쉽게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을 많이 받은 신부들이 교묘한 이론을 들이대며 성관계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성폭행에 대한 지역사회와 교단의 ‘침묵’은 이를 부추긴다.

도너휴의 보고서는 성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아프리카 외에도 미국, 필리핀, 이탈리아, 아일랜드, 인디아, 브라질 등 23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여성지도자 수도회는 성폭력을 막기 위해 수녀들이 밤에 사제관에 있거나 신부와 단둘이 있는 것, 신부가 수녀원에서 밤새는 것을 금하는 규칙을 세우기도 했다.

베네딕틴의 대수도원장인 노터 울프는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수도사가 성폭력으로 고소당했을 경우에 대한 지침이 마련돼 있다”면서 “나는 이를 수도회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로마교황청은 20일 이에 대해 일부 사실을 인정했으나 일부 대륙의 문제로 해석했다. 조아쿠 나바로 발레스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청은 이 문제를 알고 있고 주교들과 다른 바티칸 기관들이 이를 적절히 다루고 있으나 지역적으로 국한된 문제”라면서 “몇몇 부정적 상황으로 대다수의 사제와 수녀들의 충성을 매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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