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학교등 공공장소 성폭력 점차 증가

성(性) 평등·타인존중에 기반한 성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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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학교에서 성적위협을 당하는 학생들이 늘어나 더이상 학교가 안전지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여자중학교 전경>

프랑스의 성폭력 피해자 중 91.2%가 여성이다. 지금까지 학교가 이러한 성폭력으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한다고 믿어왔던 것과 달리 요즘 프랑스의 학교들은 더 이상 성폭력으로부터 어린 여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강간에 맞선 페미니스트 단체’의 통계에 따르면 전화로 접수된 신고 가운데 3.3%가 학교나 학교 관련기관과 같은 공공 장소에서 성적 위협을 당했다고 한다. 이는 위험지역에서의 성적 위협 비율인 3.7%와 거의 차이가 없다.

최근 들어 학교 내 성폭력은 증가추세에 있다. 주로 발생하는 장소는 화장실, 사물함 구역, 실험실 등이다. 또한 폭력성의 강도가 날로 높아져 성인의 성폭력 형태를 띠고 있다. 피해 여학생들의 나이는 점점 더 낮아져 피해자의 45.9%가 만 15세 미만이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또래 남학생과 성인 남성이 대부분이다.

한편에서는 성범죄의 원인을 여학생들에게 돌리고 있다. 이들이 몸에 꼭 달라붙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더욱이 원래 청소년기 남학생들은 이런 차림의 여성들에 대한 성적 흥분을 자제할 능력이 성인남성에 비해 부족하다고 하는 진부한 견해도 여전하다.

이에 맞서 여러 대중매체와 광고 등이 폭력성을 마치 진정한 ‘남성성’의 상징처럼 표현하고 있고 청소년들은 성인들의 행동양태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결국 청소년들의 이러한 범죄행위는 여성비하적인 사회 분위기와 성인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더욱이 학교 안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성폭력은 남성우월적이고 여성경멸적인 가치관이 국가 전 영역에 널리 퍼져 있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학교는 성폭력에 대해 충분한 대응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여학생의 경우 또래 남학생들 3명으로부터 집단강간을 당했는데 학교는 그녀의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 극복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른 여학생들에게조차 이러한 위험의 심각성을 알리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피해 여학생의 가족들은 그녀를 위해 이사를 가는 것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이러한 문제에 직면해 프랑스인들은 지금까지 학교 성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들은 얼마 안 되는 시간이긴 하지만 중등교육과정 속에 성교육을 의무과목으로 개설해 운영해 왔다. 이 교육은 교사들뿐 아니라 학교간호사와 의사, 학부모 등이 연계하여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성관계 후 처방할 수 있는 ‘응급피임약’을 여학생들이 학교간호사로부터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해서 강간으로 인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차원에서의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한 바 있다.(본지 609호 보도)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프랑스의 성교육은 여전히 너무나 이론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중학교에서 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 알랭 쥐고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못할 때 그들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그저 너무 이론적인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면서 이제 성교육은 청소년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하고 청소년 스스로가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진정한 성 평등, 타인과 타인의 몸을 존중하도록 아이들을 키우는 노력이 가정과 학교 모두에게 요구되고 있다.

<르몽드 드 레듀까시옹>2001년 3월호 '자료-강간하는 아이들:학교의 침묵' 참고

정인진/프랑스 통신원. iinjiin@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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