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여성문화인상 캘리그라피 작가 이은희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잇다’ 설립

 

캘리그라피 작가 이은희 ⓒ이은희
캘리그라피 작가 이은희 ⓒ이은희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아름다움(kallos)과 쓰기(graphe)의 합성어로 글씨를 디자인해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들꽃 캘리그라피’ 이은희(46) 작가는 아름다운 글귀를 담은 손글씨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래한다. 이 작가는 “예술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장애인과 세상, 사람과 사람을 잇고 싶다”고 했다. 그가 2015년 12월 충남 홍성에서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잇다’를 창립한 것도 “문화예술 재능을 지닌 장애인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고 싶다”는 평소 생각 때문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110여명으로 구성된 잇다는 미술음악 교육, 전시, 공연예술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작가 역시 두 다리를 대신하는 휠체어를 타고 캘리그라피 작업을 한다. 1991년 겨울 서예를 전공하는 미술학도였던 그는 건물 붕괴 사고로 하반신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됐다. 이 작가는 “장애인을 위한 복지 제도가 열악하다보니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 것조차 힘들었다”며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와 재활심리학 공부를 시작해 이후 10년 가량 사회복지사로 일했다”고 했다. 충남여성장애인연합에서 일하며 여성장애인 권익보호에 앞장섰고, 충남도청 내 희망카페 매니저로 장애인 직업 생활에 열정을 쏟았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작업을 하고 전시회에 참여하는 등 붓을 놓친 않았다. 그리고 마흔 살이 되면서 전업작가를 선언했다.

 

캘리그라피 작가 이은희 ⓒ이은희
캘리그라피 작가 이은희 ⓒ이은희

이 작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돌고 돌아 전업작가로서의 삶을 살게 된 지금 행복하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전통과 현대적인 감정을 접목한 작품이라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의 부채 작품이 선물로 채택돼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 단체 설립 3년차를 맞으면서 정기후원자가 60여명으로 늘고 있지만 힘에 부칠 때도 있다. 단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시점에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 소식은 “위안과 응원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수상 소식을 접한 어머니가 굉장히 기뻐하셨다. 중학생인 딸에게도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작가는 “홍성 지역 장애인들이 예술을 통해 세상과 이어질 기회를 만들고 싶다”면서 “혼자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 많은 조력자가 참여해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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