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여성문화인상 래퍼 슬릭

“이 바닥의 제대로 된 Hell of Feminist”

 

래퍼 슬릭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래퍼 슬릭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혐오 가득한 힙합신을 뚫고 나와 페미니즘을 노래하는 래퍼가 있다. 한국사회의 혐오문화를 꼬집고 “나는 너의 용기”라며 페미니스트 간 연대를 외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도 전한다. 임신·출산을 강요하는 정부 정책을 지적하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여성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아티스트로서, 페미니스트로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래퍼 슬릭(Sleeq·김령화·26)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한 그는 “페미니즘을 알게 된 순간 이걸 랩으로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살면서 경험하는 거의 모든 것들의 계기는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단순한 호기심에, 해야 하는 일을 미루고 다른 일을 하다가, 막연히 더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는 일들이 예상 외로 삶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게 되곤 하죠. 저에게는 음악과 랩이 그렇습니다.”

2012년 믹스테이프 ‘위클리 슬릭(WEEKLY SLEEQ)’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여러 공연에 참여했다. 래퍼 제리케이의 제안으로 2013년 그의 레이블 ‘데이즈 얼라이브(DAZE ALIVE)’에 합류한 슬릭은 데뷔 싱글 Lightless(2013)와 Rap Tight(2014), Classism(2015), Energy/Python(2015), One and Only(2016) 등에 이어 지난해 첫 정규앨범 ‘COLOSSUS’를 발표했다. 지난 2월에는 ‘한국 힙합 어워즈 2017’에서 ‘올해 과소평가된 앨범상’을 받았다.

“지금부턴 이 바닥의 제대로 된 Hell of Feminist”(지난해 유튜브 힙합채널 ‘마이크스웨거 2’에서 한 랩 가사 중)라고 스스로를 정체화한 슬릭은 이제 페미니즘 행사의 마스코트가 됐다. ‘페미답게 쭉쭉간다’, ‘대구 여성의날 기념행사’, ‘페미니즘 페스티벌 페밋’, ‘혐오에 맞서는 작은 행동-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2017 청년포럼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페미니스트 음악러’의 행보를 다져나가고 있다.

“멋모르고 첫 발을 디뎠지만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더 생각하고 행동하고 노래하겠다”는 그에게서 밝은 ‘페너지’(Feminism+energy)가 뿜어 나왔다. “양성평등문화상의 ‘양성’이 곧 ‘모든 성’으로 바뀌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도 상 받으러 올게요!”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